[한국여성인물사전] 15. 여성의병장으로 이름을 떨친 윤희순

입력 2016-12-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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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투신, 시아버지·남편·아들과 3대에 걸쳐 항일투쟁

윤희순(尹熙順, 1860~1935)이 주도한 안사람 의병단은 의병을 돕기 위해 안사람 모임을 결성한 데서 비롯하였으나 남성 의병과 같이 여성 의병 출정을 하였다. 여기에 참가한 30여 명의 여성 의병이 근대적 의식을 가진 여성단체였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일제 침탈의 위기에 구국항쟁의 커다란 흐름에 여성도 한몫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식만큼은 투철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은 1860년 해주 윤씨 가문에서 태어나 16세에 강원도 춘성군 남면 가정리 의병장 유홍석의 아들 제원과 결혼, 시아버지와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였다. 1895년 민비시해 사건이 일어나자 그는 “조선 선비의 아내 윤희순의 이름으로 왜놈대장에게 글을 보낸다. 남의 나라 국모를 시해하고 네놈들이 살아갈 줄 아느냐. 빨리 사과하고 돌아가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가 나면 황소나 호랑이 같아서 네놈들을 잡고 말 것이다”라는 대담한 내용의 글을 띄우고 여성 의병 운동에 투신했다.

당시 집안에만 유폐돼 있던 여성들을 독려하기 위해 그는 ‘안사람 의병가’,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하기 위한 ‘방어가’ 등 많은 선동가를 지었다. 윤희순이 당시 여성과 젊은이들의 항일투쟁 의식을 고취한 것은 어떤 남성보다 더 큰 몫을 하였다. 또한 부녀자들을 모아 의병 뒷바라지는 물론 군자금을 모금하는 한편 군사훈련에도 참여, 병술을 익히고 화약과 탄환을 제조하는가 하면, 남장을 하고 직접 싸우기도 했다.

1910년 8월 시부 유홍석이 만주로 망명한 뒤 이듬해 윤희순도 가족과 같이 중국 요동으로 건너가 의병 재건을 도모하였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두 아들과 함께 3대에 걸친 항일 투쟁을 이어갔다. 노학당을 설립하여 인재 양성에도 힘쓴 그는 1935년 큰아들 돈상의 순국 이후 별세하였다. 1983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하였다. 1990년에는 그의 추모비와 동상이 춘천에 세워졌다. 또한 1994년 지린에 있던 그의 유해가 봉환되어 춘천 선영에 안장되었다.

* 안사람 의병가

아무리 왜놈들이 강성한들,

우리들도 뭉쳐지면, 왜놈 잡기 쉬울세라.

아무리 여자인들, 나라 사랑 모를소냐.

아무리 남녀가 유별한들, 나라 없이 소용 있나.

우리도 나라 위해 의병 하러 나가보세.

의병대를 도와주세.

금수에게 붙잡히면 왜놈 시정 받들소냐.

우리 의병 도와주세.

우리나라 성공하면 우리나라 만세로다.

우리 안사람 만만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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