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에 국가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들의 위기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인증 기준을 강화하면서 현지 사업에 제동이 걸린 데 이어, 중국 업체들이 리튬 시장까지 장악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22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은 1㎏당 113위안(약 1만9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위안(약 1만1500원)과 비교할 때 68.7% 인상됐다. 리튬 가격의 급등은 전기차 수요 증가가 주원인이다. 전기차 배터리 1개에는 스마트폰용 리튬-이온전지 약 1만 대 분량에 해당하는 리튬이 들어간다.
주요 리튬 생산국 톱3는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다. 중국 업체들은 이들 국가의 리튬 광산 개발에 참여하거나, 경영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티앤치는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인 호주 탈리슨의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채굴량을 두 배 늘렸다. 간펑은 원료부터 배터리까지 수직통합을 추구하며 호주 리튬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 내륙의 리튬 광산에 직접 투자를 결정한 BYD도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최대 4만 톤가량의 리튬 채굴에 돌입한다.
중국은 지난해 총 1만650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했다. 민세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진행 속도가 빠른 광산 위주로 투자하고 있어 향후 시장 영향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이 배터리용 리튬 시장을 선점할 경우 후발 참여자는 진입 기회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 관계자는 “리튬 확보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