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양성평등 조직문화 ④ 이케아 코리아] CEO도 쓴 ‘아빠 출산휴가’… 육아 눈칫밥 안주는 회사

입력 2016-12-22 13:00 수정 2016-12-2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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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80일·남성 30일 유급 출산휴가…사내 어린이집 오후 10시반까지 ‘넉넉’

▲이케아 직원들은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각자의 상황에 맞는 근무조건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이케아 직원들은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각자의 상황에 맞는 근무조건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배가 전보다 많이 나왔네요?”

“네, 점점 배와 몸이 커지고 있어요”

곧 엄마가 될 직원이 퇴근하려 사무실을 나오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상사와 만났다. 둘은 자연스럽게 이런 대화를 나눈다. 상사와 직원 간 대화라기보다 다정한 이웃이나 가족 간의 대화 같다.

그 맞은 편, 회사의 관문인 프론트 데스크에는 남성 직원들이 더 많다. 대개 ‘친절한’‘안내’서비스는 여성이 한다는 관성적 사고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중 유난히 앳된 얼굴의 남성 직원은 얼마 전까지 자신도‘아빠 출산휴가(paternity leave)’를 썼다며 활짝 웃는다.

이케아 내 어린이집 다기스(DAGIS: 스웨덴어로 어린이집을 뜻함)는 건물 내 직원 공간으로 들어가는 곳에 마련됐다. 오후 10시 매장 영업이 끝나는 걸 감안해 운영시간은 밤 10시30분까지다. 10시 ‘땡’하고 퇴근해서 아이를 데리러 나오는게 쉽지 않다는 걸 충분히 배려한 것이다.

어린이집과 별도의 여성 휴게공간, 신축적인 근무시간 등 기본적인 여성 친화적 제도를 마련한 기업들은 많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회사 내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역시 일이 제일 중요하다”“일에 가능한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면 누가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오고, 아이를 보러 어린이집에 다녀오고, 편하게 자녀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가서 부장이 “난 짜장면”이라 하면 메뉴는 곧장 짜장면으로 통일되는게 우리나라 조직 문화. “난 올해도 휴가는 반납하겠어”라는 비장한 상사 앞에서 해외로까지 가는 휴가 계획을 밀어 넣으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케아에는 그런 눈치보는 문화가 없다. 2년 전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코리아 최고경영자(CEO)도 아빠 출산휴가를 썼다. 이케아에선 여성은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해 180일의 유급 출산휴가를 주고 남성에게도 30일의 유급 출산휴가를 준다. CEO도 쓰는 출산휴가, 누구든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다.

▲이케아 내 마련된 직장 어린이집 다기스. 매장 영업이 끝나는 시간 30분 뒤까지 운영해 편의를 돕는다.
(사진제공 이케아  )
▲이케아 내 마련된 직장 어린이집 다기스. 매장 영업이 끝나는 시간 30분 뒤까지 운영해 편의를 돕는다. (사진제공 이케아 )

헬레 메드슨 이케아 고양점 HR 매니저는 “이케아가 추구하는 일과 삶의 균형은 집에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회사가 지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북유럽(nordic), 특히 노르웨이와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이른바 ‘스칸디 대디(Scandi Daddy)’문화,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인식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케아 코리아만큼은 ‘한국 속의 북유럽’이라 할 정도다.

근로 형태도 매우 유연하다. 정규직은 크게 풀타임과 시간제로 나뉘며 시간제 정규직의 경우 주당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 등으로 탄력 근무가 가능하다. 출산과 육아의 짐이 있는 여성뿐만이 아니라 아빠들도, 또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취업 준비생, 일하는 보람은 느끼되 근무 시간은 줄이고 싶은 시니어층도 이 기회를 활용한다. 시간제 정규직의 경우 보수만 다를 뿐, 주당 40시간 일하는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독특한 직급 체제도 이케아만의 기업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케아에는 ‘층층시하(層層侍下)’모셔야 할 상사가 없다. 대리든 과장이든 부장이나 이사든 관리직이면 매니저(Manager), 그렇지 않으면 코워커(Co-worker)로 불리고 각자의 이름(first name)을 우선적으로 쓴다. 여성과 남성 관리자의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50: 50으로 맞춰가려 한다. 한국은 현재 48:52로 남성이 약간 더 많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도 전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며 성소수자(LGBT) 직원도 적잖다. 뽑을 때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당신은 누구이며(Who are you)’‘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What can you do)’를 따져 묻을 뿐이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이 문화는 그럼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헬레 메드슨 HR 매니저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하고 이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원해 뽑히기 때문에 문화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물론 한국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온 직원들, 특히 나이가 어느정도 있는 남성 직원들은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는 모두가 이런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며 다양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포용하려 한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갈등과 차이가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직장이 되기 위해선 성별, 나이, 인종 등에 대한 다양성(Diversity)이 인정되고 포용(Inclusion)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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