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사생활 엿본 ‘드론’, 뺑소니 친 ‘무인차’ 책임은? …관련 제도 정비 뒷받침 필요

입력 2016-12-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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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차와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운전에 관여하는 정도에 따라 나뉘는 개념이다. 미국 교통안전청(NHTSA)은 자동화 기술수준에 따라 5단계로 이를 구분하고 있다. 0~2단계까지는 운전자가 핸들과 페달을 제어한다. 3단계는 자동차가 모든 안전 기능을 제어하는데,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돌발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제한된 자율주행 상태다. 4단계는 무인차 단계로, 운전자는 목적지를 입력할 뿐 안전 운행에 대한 책임은 자율주행시스템이 진다. 현재 구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3단계에 해당한다.

인간이 안전 운행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 3단계에서는 특히 사고가 발생한 경우 법적 책임을 어느 쪽이 져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간의 통제 미숙과 자동차 제조사의 과실 어느 쪽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애매한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행 도로교통법 등은 운행자가 모든 상황을 제어하는 것을 전제로 주의의무 등을 정하고 있어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은 이미 무인차 시대에 대비해 법제를 정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도로교통법뿐만 아니라 제조물책임법 등 광범위한 관련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운전자 과실 비율을 토대로 배상금액을 산정하던 보험업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윤리적인 문제도 생긴다. 현재 무인자동차는 다른 차가 정상적인 주행을 할 것으로 전제로 만들어지는데, ‘반칙 운전’에 대비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기술적·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가 다른 운전자의 끼어들기나 과속주행에 대응해 움직이도록 하는 게 현행 법체계상 허용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형사법적 문제도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사람이 운전사고를 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날 경우 ‘뺑소니’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제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자동차가 사고를 내고도 계속 주행을 해버린다면 처벌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람은 사고를 냈을 때 ‘과실’이나 ‘고의’를 따질 수 있지만, 기계를 상대로는 이런 요건을 판단할 수가 없다. 제조사 측의 과실을 묻는 방법이 있지만, 대부분의 중요 정보를 사측에서 가지고 있는 이상 잘못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차량 급발진 사고 사례만 보더라도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됐지만, 제품 결함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한 경우가 많았다.

입증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도 주목받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소송 전 재판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증거 조사를 먼저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증거 확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불공평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대법원 산하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이 제도가 도입되면 법원의 명령에 따라 기업의 각종 자료가 법정에 제출될 수 있다. 제품 결함에 대한 입증이 쉬워지는 셈이다.

이밖에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드론(Drone·무인기) 운용도 관련 법제 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카메라가 달려 있는 드론의 활동과 관련해 사생활 침해 논란은 물론, 개인 거주 영역 상공을 비행할 경우 어디까지 제한을 둘 수 있는 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지상에서의 높이를 기준으로 비행 영역이 정해져 있는 비행기나 헬기와는 또 다른 영역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관련 소송 증가로 드론 소송 전문 변호사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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