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1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수직적 발탁 인사보다는 수평적 인사 이동을 통한 분위기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ㆍ기아차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탓에 그룹 전체 임원 승진 폭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현대차 안팎에선 813만 대로 내건 올해 판매 목표 달성뿐 아니라, 800만 대 판매 고지 돌파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판매 목표 달성 불발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8일께 예정된 임원인사에서 장기간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극심한 판매 부진과 품질 논란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만큼, ‘승진 잔치’보다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의 경우 승진자가 368명으로 전년(433명)보다 15%가량 줄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임원 승진자 수가 이보다 더 줄어든 300명 초반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인사에서 승진자를 각각 419명과 433명으로 늘렸다가 작년부터 축소하는 추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전체 임원 가운데 10%가량이 퇴임 대상자로 분류됐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적으로도 승진 통보를 받는 임원보다는 퇴임 통보를 전해 받는 임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임원 승진자를 최소화하는 것은 실적 부진과 직결된다. 또 ‘세타2 엔진’의 리콜 이슈, 파업 손실 등 생산ㆍ품질 문제도 상당부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지난 11월까지 판매량은 707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내수 점유율은 58.9%로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60%대 벽이 무너졌다.
이에 지난 10월 현대차 중국법인 총책임자를 교체한 데 이어 국내영업본부장도 교체하는 문책성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21일(현지시간)에는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의 데이브 주코브스키 최고경영자(CEO)의 사표를 수리하고, 제리 플래너리 수석부사장을 CEO 직무대행으로 발령했다. 미 현지 언론들은 그의 사임에 대해 판매실적 부진에 따른 사실상 경질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 기조를 최우선 정책으로 꾸준하게 추진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에서 해당 부서의 조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세타2 엔진 결함 이슈로 불거진 내수와 해외 시장 차별 논란은 현대차 이미지에 큰 타격을 미쳤다.
한편, 연구개발(R&D)부문에서는 승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계기로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급변하는 업계 동향에 대응하기 위한 발탁 인사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