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양에선 아시아인으로, 한국에서는 외국인, 서양인으로 여겨졌어요. 어디에서든 특이한 존재로 여겨졌고, 그래서 문학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고 시도했어요.”
자신의 첫 작품 ‘속초에서의 겨울’로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큰 상을 받은 한국계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24)은 21일 방한해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뒤사팽은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인 작가다. 작가는 자신의 첫 작품인 ‘속초에서의 겨울’의 주인공 역시 프랑스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인생을 대입하려 했다. 다만 주인공이 작가와 다른 점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유럽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아버지의 나라인 프랑스를 동경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체성에 대한 답을 문학에서 찾은 이유에 대해 “글을 쓴 뒤 읽어보면 내가 쓴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중에 읽어보면 보다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고,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사팽은 올해 ‘속초에서의 겨울’로 스위스의 문학상 ‘로베르트 발저상’과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을 수상했다.
‘속초에서의 겨울’은 유럽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혼혈의 젊은 여인과 고향 노르망디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영감을 찾으러 온 만화가의 만남을 그린 소설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둘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다. 화자에게는 음식이, 만화가 케랑에게는 만화가 소통의 보조 도구가 된다.
뒤사팽은 차기작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재일한국인들의 애환을 다룰 계획이다. 그는 “재일교포 분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정체성도 (나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일제 강점기를 겪은 외할아버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