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2017년의 ‘블랙스완(Black Swan)’은

입력 2016-12-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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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미국이 드디어 금리인상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 14일 미국 연준은 정확히 1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였다. 예고된 금리인상이었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반응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강세가 재개되어 엔화는 115엔대에서 118엔대로 수직 상승하였으며 유로화도 1유로당 1.065달러에서 1.04달러로 약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은 더욱 격한 반응을 보여 10년 만기 미 국채의 경우 발표 전 2.45% 수익률에서 발표 후 하루가 경과되기도 전에 2.60%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세계 금융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블랙 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무엇일까에 관심이 집중되는데, 필자는 중국을 주목한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비록 감속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 경제가 커짐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국 당국이 경제 및 금융을 잘 통제하고 있고 아직도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튼튼히 중국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일단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살펴보자. 중국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11월 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500억 달러로 간신히 3조 달러 수준을 지켰다. 그런데 2015년 말 중국 당국의 발표는 3조3300억 달러로,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3000억 달러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이다. 2015년의 경상수지 흑자는 2932억 달러로, 이만큼 달러를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3000억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했으니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중국을 빠져나간 돈이 약 6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달한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들 명의로 달러 부채를 해외에서 무차별적으로 조달하고 있어 중국을 사실상 빠져나간 돈은 7000억~8000억 달러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중국 내부의 해외로의 자금 이탈은 미국이 금리인상 방아쇠를 본격적으로 당기기 시작하는 2017년에는 더욱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연준 내부의 점도표에 의하면 내년도 연준의 금리 인상은 3회 정도로 예고되고 있어 중국 위안화의 약세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이것은 또다시 중국 내부 자금의 해외 이탈을 촉진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중국 위안화는 올해 하반기 이후 이미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하였는데 금리 인상 발표 하루 만에 6.90 수준에서 6.94 수준까지 수직 하락하였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원래 내년 상반기 중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현재의 속도라면 올해 안에 7위안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경제 사정은 매우 악화하고 있어 외부로부터 자금 수혈이 필요한 실정인데 되레 자금이 이탈하고 있으니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급기야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이는 인수합병(M&A), 부동산 투자는 물론 해외 결제와 환전까지 규제하는 고강도 자본 통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환율이 중국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어서면 가속도가 붙어 중국 당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밀려버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내년 금융시장은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되는 또 하나의 ‘블랙 스완’을 경험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대강’ 대결 정책이 중국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지, 아니면 적정한 수준에서 서로 양보하고 봉합하는 수순으로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가능성 측면에서는 후자가 훨씬 크지만 ‘블랙 스완’이란 본래 보기 힘든 현상을 일컫는 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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