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4세 주식가치 2.5조 증발

입력 2016-12-26 11:01 수정 2016-12-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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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지분가치 변동 살펴보니…대내외 악재에 실적 부진 겹쳐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 빨간불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30대 그룹의 차세대 리더들이 실적 부진과 지분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의 늪에 빠졌다. 올 한 해 재계 3ㆍ4세들의 상장사 보유 지분 가치가 2조5000억 원 넘게 증발하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본지가 30대 그룹 가운데 경영권을 물려받았거나 경영 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3ㆍ4세들의 지분 가치를 조사한 결과, 이달 22일 종가 기준으로 8조627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10조6634억 원)보다 2조5077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상장사 지분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 부회장의 현재 지분 가치는 2조4047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869억 원(16.8%) 하락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 가치가 두 번째로 하락했다.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현재 6조8164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4%(4715억 원) 하락했다.

국내 여성 주식 부호 1ㆍ2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패션부문장)의 상장사 지분 가치 하락폭도 각각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부진·서현 사장의 전체 보유 지분 가치는 삼성물산(14만 원→13만500원), 삼성SDS(25만4000원→13만7000원) 등 주요 삼성 계열사 주가가 크게 떨어진 영향을 받아, 각각 2조2306억 원에서 1조7780억 원(20.2%)으로 쪼그라들었다.

탄핵정국에 따른 경제 혼란 등으로 소비심리가 최저치를 기록하자, 유통가 3세들의 상장사 지분 가치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이자 신춘호 농심 회장의 외손녀 서민정 씨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26.48%) 가치는 1년 전보다 2272억 원 줄었다. 지난달 나란히 전무로 승진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와 차녀인 임세령ㆍ상민 전무의 대상홀딩스의 지분가치도 1년 새 42%포인트 급감했다.

지난 4월 지분 맞교환 이후 책임경영이 한층 강화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도 상장사 지분 가치 하락을 막지 못했다. 각각 411억 원(5.3%)과 198억 원(10.2%)이 증발했다.

3세 형제경영 시대에 진입한 SPC그룹의 허진수ㆍ희수 부사장의 지분 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초 27만6500원이던 SPC삼립식품 주가가 연말 16만9000원으로, 40% 넘게 폭락하면서 이들 형제의 지분 가치는 2000억 원 넘게 빠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정국 혼란으로 재계 총수들의 잇따른 경영 공백이 발생해 기업마다 큰 시련을 겪으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승계 자금줄로 주목받고 있는 재계 3ㆍ4세들의 지분 가치도 하락세를 면치 못해, 승계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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