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양극화의 고착화, 원인과 대안

입력 2016-12-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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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대한민국은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있다. 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일자리는 조직화와 비조직화로,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국민은 상위 10%와 하위 90%로 양극화돼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양극화가 이제 고착돼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더 큰 문제다.

한국의 30대 기업 중 35년이 안 된 기업은 네이버 하나에 불과하나, 미국은 시가 총액 최상위 5개사 모두가 35년이 안 된 기업이다. 모건 스탠리(2014)에 의하면 한국의 1조 원 이상 부자의 84%가 상속형인데 미국은 33%, 일본은 12%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세대 내 사회 이동성의 포기가 5%에서 62%로 급증했고, 세대 간 포기도 11%에서 50%로 급증했다. 20년간 하위 90%의 소득이 12% 감소해 사회 이동성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행복지수 최하위 국가로, 9년째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도 가계 부채의 증가는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최하위 계층의 소득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국가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국가의 리더십은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은 기대할 수 없다. 각종 혁신 정책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가 폐기되고, 숱한 포퓰리즘적인 정치공학적 대안들만 난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양극화의 고착화와 그 원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보인다.

양극화 문제의 해결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기업의 것을 빼앗아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나눠 줬다가 추락한 국가들을 보면 자명해진다. 성장과 분배의 순환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답이고, 그 중심에 있는 혁신의 본질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스타트업이 중심이 되는 혁신은 제로 섬이 아니라 플러스 섬의 국부를 만들어 분배의 원천이 되고 사회 이동성을 증대하는 견인차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혁신의 씨앗을 키우는 3대 요소인 혁신의 보상, 혁신의 안전망, 기업가정신 중심 교육을 도외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금의 양극화 고착화의 근본 원인은 산업과 노동 분야에 걸친 넘을 수 없는 장벽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기득권으로 등장한 대기업은 각종 이권의 진입장벽을 통해 혁신보다는 지대 수익을 추구해 왔다. 중소기업과의 불공정 거래는 분배의 불공정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대기업 집중을 견제하는 성장 억제 규제 정책들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켰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저성장, 양극화로 추락했다.

한편 민주화 과정에서 기득권으로 등장한 조직화된 정규직은 생산성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 배분을 통해 대기업의 자동화와 해외 이전을 촉발해 국내 일자리를 줄이고 과도한 납품 단가 인하를 통해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20년 만에 2배로 확대시켰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준수하는 생산성 비례 임금 원칙의 확립이 너무나도 절실하다. 참고로 아베 총리의 일본은 이를 국가 과제로 추진 중이다. 국제기구들이 지적하는 한국의 양극화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정상화돼야 한다. 조직화 대기업의 정규직은 과도한 보호를 받는 반면, 비조직화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은 과소한 보호 속에 있다. 노동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사회 안전망의 구축을 위해 국가 재원의 확보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국의 양극화는 너무나 강력한 중앙정부와 너무나 취약한 지방정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지방 재정의 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제 재정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앙정부는 포괄적 지원이 아니라 항목별 예산 지원으로 지방정부를 통제하고 있다.

국민도 수입이 증가하는 상위 10%와 수입이 감소하는 하위 90%로 양극화돼 있다. 국가 전반에 걸쳐 장벽을 걷어내 공정한 혁신과 분배가 가능한 국가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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