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계약한 항공기 구매 가격을 절반으로 깎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아스가르 파크리에 카샨 교통부 차관은 “계약의 옵션 등을 감안하면 보잉 항공기 80대 구매 계약의 가치는 절반”이라 말했다고 25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 11일 이란의 국영항공사인 이란항공은 보잉과 항공기 80대를 166억 달러(약 19조9400억 원)에 사기로 계약했다. 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미국 기업과 맺은 최대 규모의 거래여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은 1996년 이란·리비아제재법(ILSA·다마토법)으로 이란과의 민항기와 부품 거래를 막았다. 다마토법은 이란과 리비아의 에너지산업에 연간 4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국적을 불문하고 미 정부가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올해 1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했고, 9월 미국 재무부는 보잉이 이란과 거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승인에 이어 계약이 확정되자 관심을 한몸에 받았는데, 난데없이 이란 측이 항공기 구매 가격 인하를 이야기한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실용주의적 정책을 표방하며 경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보잉과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란에 대한 서구의 제재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런데 이란 내에서 구매 계약에 대해 강경하게 비판하는 세력과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항공은 프랑스 항공기 제작기업인 에어버스와도 항공기 100대 구매 계약을 앞두고 있다. 계약 규모는 최대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항공 책임자는 계약의 가치가 100억 달러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항공은 올해 2월 ATR과도 계약을 마무리해 항공기 8대를 인도하기로 확정했다. ATR은 프랑스의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항공사 핀메카니카의 자회사 알레이니아 아에르마키가 합작 설립한 항공기 제조업체다. 카샨 교통부 차관은 이날 이란의 관영 통신사인 IRNA를 통해 ATR에 항공기 20대를 추가 주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샨 차관은 “ATR 대표들과 다음 주에 마지막으로 회의할 예정이며 최종 계약도 다음 주에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