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국감]한전·한수원 등 전력 공기업 ‘모럴 해저드’ 위험수위

입력 2007-10-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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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행위 경고 무시·환경영향평가 미이행·납품비리 의혹 등 방만운영 질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자원부 산하 전력관련 공기업들이 4년간 불공정행위 경고건수가 130여건에 이르고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도 13차례나 미이행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공기업의 표상’인 한전은 산자부 산하기관 중 징계와 범죄건수가 가장 많고 납품비리 의혹까지 겹쳐 방만운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19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조정식(대통합민주신당)의원이 한전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4년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가운데 11차례나 미이행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전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울진~신태백 송전선로를 건설하면서, 철탑부지 복구 미실시·토사유출 저감대책 미수립 등 무려 7차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환경부 산하 원주청으로부터 이행조치 요청을 받았다.

한수원은 2006년 영광 원전 5, 6호기를 건설하면서 온배수 확산 범위가 당초 평가서에 예측한 것보다 훨씬 넓은데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온배수 확산 허가 기준은 영광 3, 4호기 수준인 북쪽 12㎞, 남쪽 13.2㎞였는데, 광역해양조사를 해보니 북쪽 17㎞, 남쪽은 20㎞로 기준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동발전은 2006년 예천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법정보호종에 대한 보호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환경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법정보호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동식물인데, 보호종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날 산자위 국감에서 조정식 의원은 한전·한수원 등 산자부 산하 전력관련 공기업들이 4년간 불공정행위 경고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2003년 이후 한전 및 한수원, 5개 발전사 등 전력관련 산자부 산하 공기업이 모두 ’거래상지위남용‘으로 불공정행위를 해 다수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 받은 건수는 한전 73건 등 총 129건에 이른다. 한전은 2003년 (주)파워콤에 대한 부당지원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과징금만 9억1100만원을 지급했다.

이날 한전 국감에서 오영식(대통합민주신당)의원은 현재 한전 배전용 주상변압기 180만대의 20% 가량인 약 41만대에 환경유해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변압기의 절연유에 포함된 PCBs는 한전이 그동안 사용해오다 ‘전기설비기술기준 고시’ 등 법규에 의해 환경유해물질로 분류돼 지난 197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따라서 변압기에 이 물질이 포함되어선 안 되지만 현재까지도 신규 구입 변압기에서 이 PCBs가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납품관련 비리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사실도 질타를 받았다.

국회 산자위 민주당 이상열 의원(전남 목포시)은 “국가청렴위원회가 지난 7월 26일 계약과 다른 제품을 한전에 납품해 5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업자를 신고한 관련업체 직원에게 부패신고제 도입 이후 최고인 7780여만원을 지급했는데도 이 업체가 한전으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 등 경미한 처벌을 받은 채 또다시 기자재 납품을 버젓이 하고 있다”며 대응을 촉구했다.

한전 감사실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주)평일이 2004년 1월부터 2007년 7월 현재 납품한 기자재는 직선접속재 95억4738만원, 개폐기접속재 177억3980만원, 변압기접속재 33억5955만원 등 총 306억4673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한전 기자재공급자관리위원회에서는 이 사건을 심의한 결과 이 업체에 대해 1~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만 하고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조사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전은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 중에서도 징계나 범죄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산자위 한전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구미갑)은 12003~2006년까지 한전이 벌인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된 징계건수를 보면, 행정상 조치가 2661건으로 연평균 665.3건, 재정상 조치(변상·회수·환불 등)가 총 830건에 1350억 원에 달해 연평균 220건, 338억 원이나 됐으며, 특히 신분상조치의 경우 3403명으로 연평균 약 851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비위 유형을 보면 위법, 부당한 업무처리 등 직무태만이 102건(43.4%)으로 가장 많고, 금품·뇌물·향응수수 등 청렴의무 위배가 55건(23.4%), 무단결근, 지시불이행 등 기강해이가 31건(13.2%) 등이었다.

특히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직원은 지난 4년간 총 42명으로 연평균 약 11명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죄목별 현황을 보면 음주운전이 11건(26.2%)으로 가장 많고, 뇌물수수와 배임수재가 각각 9건(25%)에 이르고 심지어 상해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한전은 자체 규정에 의거 매년 정기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많은 사항들에 대해 개선보완을 함에도 불구하고 징계건수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구시대적인 '제식구 감싸기'와 '처벌수위 낮추기'기가 관행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징계수위 조절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자의적인 징계기준과 인사권자의 재량이 과도하게 개입됨으로써 무원칙한 징계조치가 내려지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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