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미국 금리 인상, 트럼프 당선 등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안감이 높아지며 소비자 심리가 두 달 연속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소비자들은 미래 소비 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해 ‘소비절벽’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물가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 감소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 고리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 소비자심리....금융위기 이후 ‘최악’ =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에 비해서 1.6포인트 내린 94.2로 조사됐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7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동호흡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 6월(98.8)보다 떨어졌다. 역대 최저는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기록한 71.2다.
CCSI란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2003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달 CCSI가 곤두박질친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등 나라 안팎 정치ㆍ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이슈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며 경기 관련 인식이 안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부문별 수치도 나쁘다. 특히, 경기판단에 대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현재경기판단은 지난달에 비해 3포인트 내린 55로 집계됐다. 2009년 3월(34) 이후 7년 9개월 만에 최저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6개월 뒤의 경기를 보여주는 향후 경기전망은 65로 전달에 비해 1포인트 올랐지만, 10월에 비하며 15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소비자들의 소비 계획도 암울하다. 소비지출전망은 전달대비 3포인트 내린 103을 기록했다 내구재(90)와 의류비(97), 교양ㆍ오락ㆍ문화비(86) 등은 모두 지난달보다 하락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물가도 상승...투자심리 ‘위축’ 악순환 = 문제는 물가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유가 상승은 물가를 더욱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축 계획 이후 지난 23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53.02달러를 기록해 1년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 역시 국내 물가를 높이는 요소다. 달러 강세가 수입물가를 올리면서 또다시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고 이는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양상이다. 실제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3%나 올랐다. 9~10월에 이은 3달 연속 1%대 상승세다.
게다가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배추·무 등 가을 농산물 생산이 부진해 장바구니 물가가 어려워진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에 이어 내년 1월 도시가스 요금의 ‘2차 인상’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서민들의 구매력 저하와 소비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경기 심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남 셈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마저 오르고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가격이 높아질 경우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가 안 좋을 수밖에 없고, 기업들도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