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회계사기 묵인' 딜로이트 안진, 재판에… 도덕적 해이 도마 위에 오를 듯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를 눈감아준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회계법인의 기소는 이번이 네 번째인데, 안진은 이 중 두 번이나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여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부패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안진회계법인을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은 안진의 파트너 엄모 상무와 임모 상무, 감사팀 현장책임자 강모 씨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엄 상무와 강 씨는 2013년 회계연도의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대우조선해양이 실행예산을 임의로 줄여 매출을 과다왜곡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원인을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산업은행 MOU 실적 평가에 불리할 수 있다'는 대우조선해양의 요청대로 영업비용 368억 원을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한 뒤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으로 기재했다. 임 상무와 강 씨는 2014년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안진의 감사팀 매니저 배모 전 이사를 구속 기소했다. 추가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감사팀 결재라인에 있는 중간급 간부들의 범행 가담 사실과 함께 회계법인의 주의 감독 소홀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 조사 결과 등기이사인 파트너를 비롯해 매니저, 현장책임자 등 감사팀 전체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 위험성을 보고했는데도 파트너와 매니저가 이를 묵인하고, 회사 회계원칙에 반하는 회계처리 논리까지 개발해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본부 부대표는 회계기준에 위반한 영업외비용 반영 등 감사팀의 부실감사 진행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고, 위험관리본부 부대표는 자신이 총괄하는 품질관리실에서 감사조서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관리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함종호 대표를 비롯해 안진 소속 회계사 19명을 불러 법인 기소 여부를 고민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은 안진이 2010년부터 6년간 '적정 의견'을 부여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해쳐 그로 인해 야기된 피해가 크다고 봤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 규모는 5조 7000억 원대로 단일기업 최대 규모다. 안진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주주 1080명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5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상태다.

한편 회계법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01년 산동회계법인이 기소된 이후 회계법인들은 벌금 1000만~30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안진은 지난 2011년에도 해원에스티의 감사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품질관리실의 단순 문답 방식의 리뷰 절차에 대해 지적을 받고도 전혀 시정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