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낸드플래시발 ‘치킨게임 2라운드’ 임박

입력 2016-12-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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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치킨게임 2라운드에 돌입했다. 치킨게임이란 2000년대 중ㆍ후반 D램 제조사들이 무한 설비경쟁을 벌인 끝에 10여개사가 난립한 글로벌 D램 시장이 일거에 정리된 사건을 말한다.

이번 치킨게임은 낸드플래시에서 발발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특성 덕분에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에 두루 쓰인다. 초창기 USB 플래시 메모리 정도로만 쓰이던 낸드플래시는 어느덧 D램을 뛰어넘어 메모리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반도체 르네상스를 몰고 올 낸드플래시에 의해 ‘제2의 치킨게임’이 불붙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청주공장에 2조2000억 원을 쏟아부어 3D 낸드플래시 전용 라인을 깔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장 골조와 클린룸을 만드는 데 드는 돈만 이 정도로, 제조장비까지 완비하려면 총액 15조 원 안팎이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이천공장 M14 상층 라인에서도 낸드플래시 양산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가장 먼저 72단 적층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낸드플래시 기반의 컴퓨터 스토리지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게이트와의 합작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반도체단지(잠정 M18 라인)에서 내년부터 4세대 3D 낸드플래시를 집중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9조4000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등 커넥티드 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부문이 차량용 반도체다. 차량용 낸드플래시 수요는 5년 내 15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업체들도 낸드플래시 증설경쟁에 합류했다. 도시바는 8조 원 이상을 투입해 3D 낸드플래시용 제2팹을 대대적으로 증설키로 하고 내년 2월 착공한다. 도시바는 빅스(BiCS) 플래시 공장으로 명명한 이 곳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삼성 추격을 가시화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론은 싱가포르에 3D 낸드플래시 전용 라인을 구축한다. 비메모리 절대강자 인텔은 중국 다롄 공장을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개조해 메모리부문 경쟁에 본격적인 뛰어들었다. 이 밖에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양쯔강스토리지테크(홀딩스)를 통해 XMC 지분을 인수하고 낸드플래시 투자에 나섰다. 투자액이 무려 27조 원에 달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6.6%, 도시바 19.8%, 웨스턴디지털 17.1%, SK하이닉스 10.4%, 마이크론 9.8% 순이다.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각 과점체제인 D램 시장보다 덜하지만 5개 회사가 지배하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은 2020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IHS는 1GB(기가바이트)로 환산한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2015년 822억 개에서 2020년 5084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무려 4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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