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두사미 된 신산업 민관협의회

입력 2016-12-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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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신산업 민관협의회는 4차 산업혁명 등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고, 10년 뒤 우리 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4월 발족했다.

그리고 4차 회의 끝에 지난 21일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전기·자율주행차, 차세대 반도체 등 12개 미래 먹거리에 향후 5년간 7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협의회는 5 ~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우리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각계각층 대표 33명으로 구성됐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위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특히, 신산업이 미래 지향적이다 보니 산업부만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산업연구원이 아닌 한국개발연구원(KDI) 주도로 이뤄진 점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정작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때는 KDI 측은 보이지 않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처음엔 기대가 컸지만, 결국 산업부 입맛대로 만든 게 아니냐”며 “기존에 나온 것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대내외 이슈가 있을 때마다 수많은 민관협의회를 만들고 있지만 1, 2차 회의만 하고 시일이 흐르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장관이 주관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장관이 주관하는 협의회는 기업 대표이사나 연구원장이 위원으로 참가해야 하는데, 자주 모이는 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관이 주관하더라도 ‘직급’을 강조하기보다 기업 실무자들이 참여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영양가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민관협의회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현장의 목소리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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