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2016년 12월, 길에서 만난 사람들

입력 2016-12-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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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고된 현실이 두 어깨를 짓눌러도 내일의 밝은 해를 생각하며 힘든 길을 묵묵히 걸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좌절했다. 아니 절망을 강요당했다. 어려운 현실에 탄식하면서도 다시 힘을 내겠다고 했다. 2016년 병신년이 저무는 12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12월 3일, 170만 명이 모인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장의 김홍기 씨(51·직장인) = “대학 때 민주화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가두투쟁(街頭鬪爭)했던 기억이 납니다. 국민이 좋은 국가를 만드는 주체라는 생각으로 대학생 아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의 존립 이유는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권력을 사유화해 수많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선 박근혜 대통령 같은 사람을 다시 뽑지 않기 위해 두 눈 부릅뜨겠습니다.”

#12월 14일, 어린이집 아이 때문에 퇴근길 서두르는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박정숙 씨(32·직장인) = “육아휴직을 마치고 올해 초 복직할 때만 해도 참 기뻤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주변 모든 사람에게 미안해해야 했고 이기적인 사람이 됐습니다. 회사에선 집과 아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돼 쉽게 융화할 수가 없게 됐고, 어린이집에는 아이를 제일 먼저 등원시키고 제일 늦게 하원시키는 그런 엄마로 인식됐고, 독립했음에도 무슨 일만 생기면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는 자식이 됐습니다. 올 한 해를 보내며 더는 아이를 꿈꾸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아이를 갖는다는 건 주변에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행동이고 아이에게 미안한 짓을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아이와 주변에 덜 미안해하는 상황이 됐으면 합니다.”

#12월 19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승헌 씨(34·자영업) = “지난 5월 개업한 이후 8월 15일 단 하루 쉬었습니다. 재료비,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할 수가 없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온종일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도 적자를 면하기 힘듭니다. 정유라, 최순실 씨를 보면서 박탈감을 넘어 분노와 절망을 느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면 내일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헛된 바람이라는 것도 절감했습니다. 내년에는 장사가 잘돼 일주일에 한 번 쉬면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많이 갖고 싶습니다.”

#12월 23일,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에서 일거리 찾는 정모 씨(57·일용근로자) = “다른 것 없어요. 오늘은 일을 구했으면 합니다. 며칠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빈손으로 집에 갔습니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일은 줄었는데 중국교포 등 인력시장을 찾는 사람은 늘어나 공치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정말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막막합니다. 시국에 신경 쓸 힘도 없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힘듭니다. 제발 2017년에는 경기가 풀려 일할 수 있는 날이 많았으면 합니다.”

2016년이 저무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이 올해는 어렵게 생활했지만, 2017년 정유년에는 조금은 나아졌으면 한다는 소박한 꿈을 말한다.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한 박근혜 대통령과 비신 실세 최순실은 죄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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