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세밑 한파가 부닥쳐온 아침, 200여 명의 관객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광화문의 한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인지과학‧정책‧제도와 윤리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자율주행 시대의 미래상을 엿보는 ‘WIN(What Is Next?) 2016’ 콘퍼런스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자율주행을 주제로 한 아홉 개의 강연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법과 사회 제도’, ‘테크놀로지’, ‘인프라와 규제’ 세 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중기 홍익대 법학대 학장과 권영실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뿐만 아니라 김주한 쌍용차 선임 연구원,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연구실장 등 9명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쟁점들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의 면면은 다채로웠다. 자율주행 관련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사업가, 대학원생, 자동차 엔지니어 등 전문가 못지않은 유관 분야 종사자들과 학생들이 관객석을 메웠다. 이들은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강연 내용을 필기하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기도 했다. 발표 중간과 후반에 질의응답을 쏟아내 휴식시간이 연기되기도 했다.
첫 발표는 쌍용자동차에서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이주한 수석연구원이 맡았다. 이날 그는 “현재 국내 자율주행기술은 레벨2 정도에 머무른다”면서 “선진국처럼 레벨4, 5로 넘어가려면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법적인 문제들을 같이 해결하면서 나아가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차와 사람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도로를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인지’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설사 인지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유사시에 한명을 죽이고 내가 사느냐, 두 명을 살리고 죽느냐는 도덕적‧법적 ‘판단’ 문제가 남아있다”며 이어갔다.
객석에서는 “한창 개발 중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지금 구매하자니 2년 후엔 후회할 것 같다. 자율주행차도 다른 전자 제품처럼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비롯해 다양한 흥미로운 물음들을 던졌다.
친구와 함께 참석한 대학생 한호섭 씨는 “자율주행은 말로는 이미 정착된 것 같은데 강연을 듣고보니 아직 법적‧제도적 부분까지 완비되려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국내 정착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준 씨도 “자율주행시대가 되기까지 준비할 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제대로 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박용호 센터장의 개회사로 출발했다. 박 센터장은 “자동차가 기계에서 전자제품이 되면서 글로벌 기업인 애플‧구글도 뛰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위기감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오늘 강연해주실 다양한 분야의 멘토 분들께서 알고 계신 지식 공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포문을 열었다.
‘WIN(What Is Next?) 2016’ 자율주행 컨퍼런스는 경제신문 이투데이‧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주최,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후원으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