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2016 유통가] 김영란법에 5만원 선물세트… 편의점 매출 20조시대

입력 2016-12-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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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유통업계는 유독 다사다난했다. 경기 불황과 저성장 고착화로 위축된 소비심리, 1인 가구 확산에 주요 유통 채널 중 편의점 업계만 고성장했다. ‘가성비’가 그 어느 때보다 유통업계를 주름잡는 이슈였으며 유통 관련 기업에서는 작년 ‘형제의 난’부터 올해 검찰의 그룹 비리 수사까지 롯데그룹에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화학 성분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불신이 퍼졌고, 연말 정부의 관리 부실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달걀값이 1만 원대까지 치솟으며 서민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1인’ 혼족 열풍… 소용량·가정간편식 활황

1인 가구의 증가와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집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2015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520만3000가구로 집계되며 전체 가구 수의 27.2%를 차지, 2인 가구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인 가구 유형으로 조사됐다. 한 번에 많은 식재료를 사서 저장하기보다 필요한 상품을 소량씩 구매하거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 근린형 매장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사고 있다. 유통·제조업계는 이러한 고객 요구를 충족하고자 소용량 제품과 가정간편식(HM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업계 도시락 시장 규모는 2014년 2000억 원에서 급성장해 올해 5000억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2번’ 안팎 시련… 신동빈 회장 대국민사과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10월 2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1년여 만에 두 번째 사과다. 두 번의 대국민 사과는 올해 재계 서열 5위의 롯데의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비자금 조성과 제2롯데월드 인허가 혜택 관련 의혹으로 4개월간의 대대적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국민과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여기에 호텔롯데 상장 추진 차질, SK 등 다른 대기업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기도 했다. 신 회장은 급기야 사과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5만 원’ 김영란법 시행… 저가 선물세트 확산

지난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유통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특히 유통업계가 신경을 쓴 부분이 공직자, 언론인 등의 선물을 5만 원 이하로 규제하는 항목이다. 명절 특수를 이끌던 선물세트 시장의 축소로 객단가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선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소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가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5만 원 미만의 명절 선물세트를 늘리며 사전 대응에 나섰다. 특히 백화점은 기존에 5만 원 미만의 명절 선물세트가 전체 비중의 5~10%도 되지 않아 이를 확대하는 데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5만 원 미만의 굴비세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13개’ 서울 시내 면세점 2년새 2배로 늘어

지난 1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국내 면세업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의 특허 심사로 서울 시내 면세점이 6개에서 13개로 2배 이상 느는 등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면세업은 출혈경쟁과 중국 관광객의 급감, 20배까지 인상된 특허수수료율 등으로 ‘레드 오션’으로까지 전락했다. 지난해 진입한 신규 면세점들은 올해 들어 수백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과 특검의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특허 심사에 문제가 있거나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의 특혜 의혹이 입증되면 면세점 업계는 거대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여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35도’ “독한 건 그만” 위스키가 순해졌다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009년 256만 상자(1상자당 9리터 기준)에서 2015년 175만 상자로 30% 이상 주는 등 7년째 감소세다. 불황에 혼자 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독주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영향이 컸다. 이에 위스키업계 시장의 침체를 끊을 제품으로 40도 이하의 저도 위스키를 내놓고 있다. 올해 업계 빅3 업체인 디아지오, 골든블루, 페르노리카가 내놓은 신제품 가운데 40도를 넘는 제품은 없다. 디아지오는 2015년 3월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선보인 이후 꾸준히 35도에 맞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 페르노리카를 제치고 국내 시장 2위를 차지한 골든블루는 2009년 처음 시장에 위스키를 만들어 팔 때부터 40도 이하 저도주만 내놓고 있다.

△‘1106명’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수

1106명(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 기준)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상반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생활용품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9월에는 국내 제조사들의 치약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각종 생활용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되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져 화학과 공포증(phobia)의 합성어 ‘화학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유통·제조업계는 안전과 품질관리에 힘썼다. 대형마트 업계는 공인인증 기관을 통해 PB 제조공장을 심사하는가 하면, 생활용품 업체도 자사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화학제품 성분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계기가 됐다.

△‘1,000~1,500개’ 가성비 무기 대형마트 PB상품 확대

‘가성비’를 앞세운 PB(Private Brand) 상품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불황의 돌파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마트에서 PB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 이마트 매출액의 약 20%를 차지한다. 특히 식품 브랜드 피코크와 최저가 브랜드 노브랜드의 품목은 1000~15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 한 해 피코크의 매출액은 175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0.6% 늘었으며, 노브랜드는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모객효과를 극대화한 PB 상품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졌다. 피코크와 노브랜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정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마트를 만든다’는 꿈을 구현하고자 반찬과 무인양품의 초기 정신에 중점을 뒀다.

△‘1만 원’ 계란 한 판이… AI 사태로 ‘금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달걀 가격이 치솟아 일부 소매점에서는 1판당 1만 원을 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달걀 30개들이 한 판(특란) 평균 소매가격은 8025원이다. 1개월 전 5439원이었던 것보다 47.5% 급등했다. 대형마트에선 4차례 가격을 인상해 밥상에 연일 오르내리며 친숙했던 달걀은 금란(金卵)이 됐다. 롯데마트는 30개들이 가격을 9일 5%, 15일 5%, 20일 10% 인상해 약 20% 급등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 8일 평균 5% 인상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서만 4번 가격을 올렸다. 홈플러스를 제외한 롯데마트, 이마트는 모든 달걀 제품에 ‘1인 1판’으로 구매 제한하고 있다.

△‘1조’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한해 매출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브랜드숍 이니스프리가 중저가 로드숍 중 ‘1조 브랜드’라는 첫 타이틀을 획득한다. 이니스프리는 3분기 누적 매출 5771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법인이 판매한 현지 생산분 매출이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 매출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올 4분기 매출을 합산하면 무난히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니스프리는 고가 브랜드 설화수·후에 이어 1조 클럽에 입성한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국내 브랜드 중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LG생활건강의 후가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1조 원 매출 달성은 한국 화장품의 위상과 발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조’ 불황에도 성장가도 달리는 편의점

편의점 업계는 주요 유통 채널 중 유일하게 성장 가도를 달리며 올해도 고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3만 점 시대를 연 편의점은 올해도 출점 속도를 높이며 CU에 이어 GS25까지 단일 점포 1만 호 시대를 맞이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17조2000억 원을 뛰어넘는 20조 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1인 가구 전용상품과 PB 개발 등이 크게 작용했다. 업계는 도시락과 즉석커피 등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PB상품을 강화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소구력을 높였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기여도도 높아져 세븐일레븐과 GS25는 올해 2분기 기준 담배 매출을 제외한 전체 매출에서 PB 매출 비중이 35%대를 돌파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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