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해 기대하고 있지만, 미래먹거리를 위해 해외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들이 부진을 겪어 대조된다. 현지 사정과 시황 변수 등으로 약 9조 원 규모의 사업들이 잇달아 불발됐다.
30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한화토탈, SK종합화학 등 석유화학 ‘빅5’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조8124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인 2011년 연간 영업이익 5조8997억 원에 근접했다. 업계는 올해 영업이익 7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해외 사업은 현지 사정과 시황 변수 등으로 잇달아 무산되거나 중단되어 실적 호조 분위기를 퇴색시켰다. LG화학은 1월 카자흐스탄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과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공사에 필요한 금액이 예상보다 늘어났고, 폴리실리콘 시장 상황도 나빠지면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이 회사 미국 법인과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7대 3 비율로 지분 투자해 에틸렌글리콜 연간 70만 톤을 생산하는 사업을 미국에서 추진했지만, 11월 미쓰비시가 돌연 투자를 철회했다. 롯데케미칼은 미쓰비시 몫까지 100% 투자에 나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 등 시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11월 중국 시노펙과 진행했던 충칭 부탄디올 공장 합작사업을 중단했다. OCI도 12월 대만 에버솔과 총 6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폴리실리콘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급이 이뤄진 것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4억9228만 달러에 대해서는 제품 공급을 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은 투자 리스크를 고려, 무리한 진행 대신 조기 철수 등을 선택해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에 투자 규모는 약 9조 원이지만 실제로 손해 본 금액은 미미하다. 그러나 업계의 고민은 크다. 글로벌 국가들의 자국 사업 경쟁력 강화와 무역 장벽이 높아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석화업계의 내년 전망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의 점진적 상승과 구조조정 본격화, 대중 수출 부진 지속으로 후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도 “내년부터 업황 사이클이 하락국면으로 진입하고 대규모 투자까지 이어지면 재무 안정성 저하가 큰 폭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