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칩 업체 퀄컴이 특허와 관련한 독점적 지위 남용으로 각국의 불만이 커지자 유화책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퀄컴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 메이주테크놀로지와 세계 각국에서 펼쳤던 특허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퀄컴은 메이주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고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중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메이주를 제소했다. 퀄컴은 전체 순이익의 절반이 특허 라이선스로부터 나온다.
퀄컴은 지난 2015년 중국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9억7500만 달러(약 1조1750억 원)의 과징금을 물고 완화된 새 특허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화웨이 샤오미 등과는 계약을 맺었지만 메이주가 끝까지 거부하자 소송전을 벌인 것이다. 메이주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업체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퀄컴은 이날 성명에서 “새 계약 체결로 양사간의 모든 분쟁은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바이융샹 메이주 사장은 “이번 합의는 사용자와 주주들에게 커다란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주에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던 퀄컴이 전격적으로 특허 분쟁 합의에 이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WSJ는 퀄컴이 한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특허 라이선스와 관련해 반독점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과 관련,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주 퀄컴에 1조3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퀄컴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당국은 2015년 퀄컴의 특허 관련 관행을 조사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시에 라이선스 조건도 완화하게 했다. 그러나 퀄컴은 중국 당국과의 합의를 통해 부품이 아니라 되레 스마트폰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라이선스를 부과하는 관행을 인정받았다. 2015년 합의 이후 중국은 퀄컴의 떠오르는 시장이 됐다. 퀄컴은 지난해 9월 마감한 2016 회계연도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57%에 이르렀다. 퀄컴은 “중국은 4세대(4G) 통신망 기술을 가장 최근에 채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주 초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업체인 ‘지오니(Gionee)’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퀄컴은 “메이주, 지오니와의 합의로 우리는 중국 10대 휴대폰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모두 체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