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으로 위기극복 기업들] ‘온고지신’ 후지필름…‘환골탈태’ GE…‘무한변신’ 노키아

입력 2017-01-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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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성공 전략 주목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한때 번창했던 많은 기업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변화와 혁신이라는 험로를 선택해 살아남은 기업들도 있다. 카메라 필름 분야의 강자였던 후지필름은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펼쳐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노키아는 업종전환의 대가라는 평판에 걸맞게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몰락 이후 빠르게 부활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후지필름홀딩스 쇼룸에서 종업원이 자사가 개발한 화장품을 진열하고 있다. 블룸버그
▲일본 도쿄의 후지필름홀딩스 쇼룸에서 종업원이 자사가 개발한 화장품을 진열하고 있다. 블룸버그
◇코닥과 후지의 운명을 가른 키워드는=한때 세계 최대 필름업체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미국 이스트먼코닥은 지난 201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30년이 넘는 유서깊은 역사를 자랑했지만 필름사업에 안주해 디지털이라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것도 코닥이었지만 기존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코닥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 끝에 2014년 파산보호에서 졸업했지만 예전의 명성을 아직 찾지는 못하고 있다.

고베대학의 미시나 가즈히로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자는 10년에 걸쳐 주력사업을 바꿔야 한다”며 “회사를 아예 새로 만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여준 사례가 후지필름이다. 후지필름은 복사기와 의약품 화장품 인쇄기 LCD소재에 이르기까지 신규사업에 적극 진출해 풍성한 결실을 보고 있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3월 마감한 2015 회계연도에 순이익이 1233억 엔(약 1조2500억 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후지필름의 신규 사업 진출 성공에는 남다른 비결이 있다. 바로 필름사업을 펼치면서 확보했던 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후지필름은 필름 원자재가 콜라겐이라는 점에 착안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의 변색을 막는 황산화 성분 관련 기술도 피부노화방지 화장품에 요긴하게 쓰였다. 필름 개발 노하우는 질병이나 화상 등으로 손상된 뼈와 피부를 복원하는 재생의료사업 진출의 계기도 됐다. 즉석카메라 ‘체키’도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인수ㆍ합병(M&A)도 신규 사업 성공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이번 회계연도까지 3년간 M&A에 5000억 엔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최대 시약업체인 와코순약공업을 2000억 엔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의료기기업체 도야마화학공업과 줄기세포 분야의 미국 벤처기업들도 사들였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GE “우리를 소프트웨어업체로 불러다오”=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8월 “엔지니어링 부문에서도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모든 신입사원은 코드를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E가 핵심으로 삼는 제조업을 소프트웨어, 인터넷과 결합해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비전을 그린 것이다.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회사 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던 금융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이를 과감하게 정리했다. 지난해 초 가전사업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54억 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말 유전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와 GE 석유ㆍ가스 사업을 합병하는 빅 딜을 성사시켰다. 이는 모두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비롯된 큰 흐름이라는 평가다.

▲핀란드 에스푸의 노키아 본사 앞에 회사 로고가 놓여져 있다. 블룸버그
▲핀란드 에스푸의 노키아 본사 앞에 회사 로고가 놓여져 있다. 블룸버그
◇노키아의 화려한 부활=노키아처럼 카멜레온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기업도 없을 것이다. 1865년 노키아는 펄프업체로 출발했으나 이후 업종전환을 통해 여러 차례 주력사업을 바꿨다. 고무, 타이어, 전선과 무선통신 장비 등 초창기부터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심지어 방독면 등 군수장비를 생산하기도 했다. 1987년 자사 최초 휴대폰인 ‘모비라시티맨900’을 출시했으며 1990년대 이후 20년간 세계 1위 휴대폰 업체로 군림했다.

스마트폰의 부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고 다시 통신장비에 초점을 맞췄다. 이때만 해도 노키아가 재기에 성공할 것으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노키아는 회사 창립 150주년을 맞은 2015년에 매출 기준 핀란드 최고기업 자리를 에너지업체인 네스테오일에 빼앗기는 굴욕을 겪었으나 1년 만에 탈환하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전자가 다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노키아는 자사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된 HMD글로벌을 통한 라이선스 판매 형식으로 새해에 휴대폰 시장에도 재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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