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제2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에 착수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는 2021년까지 5년 동안 관련 분야에 총 4조7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은 2011년에 시작했다. 매 5년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기본계획을 세운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점철된 3차 산업혁명은 이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문화, IT가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시대 변화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초융합 시대 개막… 500억 개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 = 18세기 초,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기계화 시대를 맞았다. 이후 1세기가 지난 19세기 말, 전기의 발명과 함께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전기 에너지는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대량생산 체제까지 이끌어냈다.
3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컴퓨터의 기본 개념인 ‘수리 연산’이 개발되면서 시작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영토 확장에 나선 4차 산업혁명은 3차 혁명의 근간이 된 컴퓨터와 인터넷 위에 ‘융합’이라는 패러다임을 추가했다. 이는 곧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사회 통합시스템으로 발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손에 잡히고 눈으로 보는 모든 것에 인공지능과 센서가 더해지고 있다. 자동차에 인공지능을 더한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고, 전화기에서 시계로 옮겨간 스마트 기기는 이제 가전제품과 가구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께 전 세계 500억 개의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예컨대 자동차와 도로, 교통수단에 인공지능(AI)이 더해지고 사무실의 전화와 책상과 의자에도 센서와 컴퓨터가 달리게 된다.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는 것 역시 데이터로 바꿀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인더스트리 4.0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은 전혀 다른 두 가지(또는 그 이상의)가 만나 초융합이라는 새로운 제시어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을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정의한다. 이미 집 밖에서 전화 한 통으로 집안의 전열기구를 조절할 수 있는 시대다. 나아가 스스로 길을 찾고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역시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제 우리는 인더스트리 4.0 시대로 간다 = 지난해 1월, 세계 석학들은 다보스 포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연구결과와 전망을 밝혔다. “물리세상과 가상세상의 융합이 4차 혁명의 본질적 화두”라는 제언에 이견이 없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은 일찌감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신미국혁신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 왔다. 일본은 인공지능 로봇기술을 중심으로 ‘소사이어티 5.0’이라는 프로젝트를 세웠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워킹은 이제 EU로 확산돼 ‘호라이즌 2020’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카이스트 이민화 교수는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중국이다. ‘제조강국’이라는 유리한 고지에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세웠다”며 “이제껏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로 버텨왔던 이들이 ‘크리에이티드 인 차이나(Created in China)’로 국가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에서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3차 산업혁명에서 눈부신 성과를 얻어냈다. 거꾸로 이 같은 성공이 4차 산업혁명으로 달려가는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해, 빠르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갖가지 규제 역시 4차 산업혁명의 과도기를 달리는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민화 교수는 “기술 수준 23위의 한국은 제도 경쟁력에서 69위, 규제 경쟁력은 90위권”이라며 “새로운 혁명시대로 이어지려면 기술 수준과 함께 제도와 법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윤리적 책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예컨대 AI가 자동차 운전이나 외과 수술 등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행위가 여전히 논란이다. 교통사고 또는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AI에 물릴지, AI의 제조사나 사용자가 대신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여전하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재앙일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너무 빨리 커지는 데다 기술적 복잡성이 커 논의도 까다롭다. 초융합을 추구하는 만큼 분야를 뛰어넘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