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두가 천사인 것은 아니다. 아는가? 루시퍼라는 악마는 원래 천사였다. 여러 설이 있으나 이들이 인간에게 나타날 때는 미소년의 모습으로 띈다고 한다. 벤처캐피탈과 계약을 할 때 스타트업들은 ‘갑’이 아닌 ‘을’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는 우를 범하기 쉽다.
특히 한국적 정서상 계약이 이뤄지는 자리에 변호사를 동반하는 것은 어딘가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거나, 너무 계산적이라는 인상을 줄까 당사자들만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회사를 도와줄 변호사를 확보하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그 비용 때문에 본인들 스스로 검토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것들이 모여 투자계약서에 ‘드래그 얼롱’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드래그 얼롱은 ‘동반매각요청권’이라고 번역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벤처캐피탈이 투자의 대가로 받은 지분을 대주주의 지분 전부 또는 일부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 경우 스타트업의 대주주(사실상 창업자)의 지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3자에게 매각됨으로써 경영권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 의하면 일부 벤처캐피탈들이 드래그 얼롱 조항이 삽입된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독소조항이라도 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유효하게 된다. 따라서 벤처캐피탈을 포함한 투자자들과 투자계약을 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은 드래그 얼롱 조항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잘못하면 ‘죽 쒀서 개 주는’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조항이 있고, 투자자가 이를 고집한다면 계약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 콜 옵션 조항을 반드시 넣는 것이 좋다. 콜 옵션이란 대주주가 투자자에게 제시한 수익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약속된 수익률에 금리를 더하여 투자자의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조항을 통해 투자자가 드래그 얼롱을 행사할 수 없도록(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창업자들에게 물어보면 회사가 자식 이상으로 생각될 때가 많다고 한다. 피땀으로 일군 회사의 경영권을 뺏기는 일이 없도록 투자계약을 할 때 꼼꼼히 살펴보기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