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별로 처한 현실은 다르지만, 도전과 혁신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는 결연하다.
KB증권 출범으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KB금융은 올해 ‘지주·은행·증권’ 3사의 겸직 체제라는 새로운 경영실험을 진행한다. 1등 금융그룹으로 성장의 뼈대가 어떻게 맞춰져 갈지 관심사다.
이에 질세라 신한금융은 모든 부문에서 한발 앞서가는 ‘선(先)신한’을 경영목표로 삼았다. 변화의 본질을 먼저 본 후 빠르게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경영기법을 내세웠다.
하나금융, 농협금융은 지난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성장의 틀을 다진 만큼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각각 선포했다.
2001년 이후 16년 만에 민간 은행으로 첫발을 내디딘 우리은행 역시 정면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다시 뛰자는 각오를 다졌다.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있지만,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인사 태풍은 최대의 불안 요소다. 낙하산 인사는 새로운 각오와 포부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은 이달 기술보증기금을 시작으로 줄줄이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끝난다. 신한금융, 농협금융, KB금융 등 금융지주 회장은 물론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까지 은행권 ‘빅4’의 은행장 인사 수요가 있다. 더불어 농협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수장의 임기도 올해까지다.
금융 공공기관은 관피아 등 낙하산 인사의 악습이 반복될 조짐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공백 사태에도 낙하산은 여지없이 꽂혔다.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기보는 유력한 차기 이사장으로 이미 외부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도 정부의 낙하산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농협금융의 경우 김용환 회장의 임기가 오는 4월에 만료된다. 농협금융은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고 3명의 전·현직 회장이 모두 관료 출신인 만큼 차기 회장 인선에 외풍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은 덩치가 커진 만큼 윤종규 회장의 은행장 분리설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외부 입김에 취약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윤 회장이 은행장 분리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고민이 근저에 깔렸기 때문이다.
조만간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는 우리은행도 관심이다. 정부가 행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예금보험공사가 단일 지분(21.4%)으로 아직도 최대주주다. 우리은행은 정부의 관치금융 근절 의지의 시험 무대인 셈이다.
금융회사의 성장을 저해하는 낙하산 인사는 그만해야 한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애써 조성한 성장 분위기를 망쳐 버린다.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는 수없이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