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월 말경 한 언론 매체가 전한 내용이다. IMF 외환위기로 은행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온 명예퇴직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면서 투기성 투자가 만연했다.
이후 카드대란으로 카드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도 주식시장에 단기적인 훈풍이 불었다. 최근 1 ~ 2년 사이 4만4000여 명이 넘던 증권사 직원들 중 구조조정을 통해 1만여 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한때 이들 주도의 화장품, 중국 테마주들의 랠리가 펼쳐지기도 했다.
제조업 등에서 근무하던 퇴직자들과 달리 금융권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퇴직하면 상당수가 전업투자에 나선다. 그러다 보니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단기적인 중소형 위주의 랠리가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 상반기 중소형주 위주의 단기랠리를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과 증권, 카드 등 금융권에서 명예퇴직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12월 국민은행에서는 2800여 명의 명예퇴직 신청자가 나왔다. 이들은 1인당 평균 2억 원에서 5억 원대의 퇴직금과 3년치의 급여를 받는다. 국민은행 퇴직자들의 퇴직금과 명퇴금을 합치면 1조5000억 원이 넘는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신한은행을 비롯한 지방 은행들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용카드사들 역시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수백조 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아니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와 주식시장에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아니다. 올해 초 풀릴 토지보상금 19조 원으로 인한 기대감도 역시 아니다.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한 사람들의 퇴직금과 명퇴금 1조 ~ 2조 원대 자금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쟁력이 날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IMF 이후 퇴직금과 명퇴금을 들고 전업투자에 나선 사람들 가운데 지금까지 전업투자로 살아남은 사람은 극소수다. 지금 같은 주식시장이라면 이번에 나올 명퇴자들 역시 수익은커녕 큰 손실을 볼 게 자명하다.
희망으로 살아가는 곳이 주식시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죽 희망이 없으면 퇴직금 유입이나 기다리고 있겠는가. 정치테마 유혹에 빠지는 개미만 탓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