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를 추진 중인 한국거래소가 '비상임(사외)이사', '상임감사위원' 등 공석이 된 임원 자리에 관 출신 인사를 영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 선진화와 민영화를 지향하는 거래소의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공석이 된 비상임이사 후임자를 선정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우선 회원사(투자매매 중개업자 대표) 대표직 몫으로 전병조 KB증권 대표를 추천했다. 전 대표는 재정경제원과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등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 출신이다. 2008년부터는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를 시작으로 KDB대우증권 IB부문 전무, 대우증권 IB부문 대표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는 KB투자증권 대표를 맡아왔다. 앞서 이 자리는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가 맡아왔다.
또 공익 대표 두 자리에는 행시 출신인 박중문 전 부산시 인재개발원장과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 국장 출신이자 주일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낸 홍동호 씨가 각각 추천 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홍동호 전 국장은 비상임이사 외에도 상임감사위원 직에도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상임감사위원 모집 공고를 냈으며 일주일간 지원서를 받았다. 현재 재직 중인 권영상 상임감사의 임기는 이미 지난 8월 만료된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사외이사가 감사위원회 멤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겸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추천 후보들은 오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비상임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다만 이들이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상임감사위원직의 경우에도 8월 이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갑작스레 이사후보추천위를 구성하고 감사 후보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와 관련해 이미 내정자가 있으며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과 같은 낙하산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바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여의도가 ‘재무부 제2 출장소였다’는 과거 얘기가 또 다시 현실화될 지경"이라며 "거래소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자본시장 전문가를 비상임 이사로 모셔와도 모자랄 판에 관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한 배경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