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BT솔루션즈 대표는 최근 학회나 세미나 등에서 초청받아 강연을 할 때면 늘 이 이야기를 꺼낸다. FDA 허가 컨설팅을 하는 회사 대표이면서도 "기업이 외부 도움 없이도 제품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한다.
김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내 바이오텍들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했으면 좋겠다"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역량이 닿는데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FDA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전문가다. 2004년 미국 존스홉킨스 박사 후 과정 중 인턴연구원부터 시작해 지난해 까지 FDA에서 근무하면서 의료기기(medical device) 분야 심사와 연구를 담당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와 FDA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FDA 승인을 받는 것은 어렵다기보다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임상부터 인허가까지 FDA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산'이라는 것이다. FDA 홈페이지에 제공된 방대한 정보만 활용해도 도전할 수 있다.
FDA에 도전하려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FDA는 규격집, 가이드라인보다 심사위원 개개인의 과학적 역량에 심사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만 1만 3000명, 전체 인원이 2만명이 넘는 전문가 조직"이라면서 "미국 시장이 워낙 크고 모든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 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들은 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심사와 함께 연구를 병행한다.
결국 FDA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심사위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의사소통은 'Science'를 기반으로 한다. 제품에 자신이 있으면 과학적으로 접근해 설득하면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가 담당했던 의료기기 분야를 살펴보면 크게 제품 승인 허가가 510k와 PMA로 나눠진다. 510k의 경우 해당기기가 이미 시판된 기기와 동질성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이드라인이나 이미 정립된 표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허가받기 쉽다.
PMA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유사한 기기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용성을 증명해야 한다. 임상을 통해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며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김 대표는 "First in Class 제품으로 PMA 허가를 원한다면 초기 임상 부터 미국의 다양한 인종 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그렇다고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에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FDA 기준에 맞다면 국내에서 임상을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FDA의 문턱을 낮추려는 패러다임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허가전 규제를 중시하는 프리마켓에서 허가후 규제를 강화하는 포스트마켓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포스트마켓 규제에 중점을 둔 유럽의 경우 환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접하기 유리했다"면서 "미국 역시 이 부분을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21세기 치유법안(21st Century Cures Act)'이 본격 시행된다. 이 법안은 새로운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심사결과를 신속하게 도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FDA에서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끄집어냈다. 재미한인협회에서 FDA 업무와 관련한 특강 요청을 받았는데 일부에서 한국 시장을 폄하하면서 특강 참석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경험이다.
김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FDA에 문을 두드리고 FDA는 현지에 사무소를 내는 등 중국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존재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와서 짧은 시간에 많은 바이오텍을 만났다. 그는 "국내 바이오텍과 연구자들의 역량이 뛰어나다. 마치 PGA, LPGA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골프선수들과 같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T솔루션즈는 의료기기 분야를 시작으로 식품·화장품, 신약쪽으로 FDA 컨설팅 업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FDA에서 허가 받은 제품은 결국 현지에서 팔아야 한다. 현지 판로를 찾거나 펀딩하는 문제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