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막말전쟁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조기 대선의 가시화 등 격랑에 휩쓸려 온 정치권은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든, 현재 한 둥지에 있든 정적이 되어 거친 언어로 서로 물어뜯는 중이다.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성숙한 정치의식에 한참 못 미치는 구태란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4일 탈당한 개혁보수신당을 향해 “세월호에서 혼자 살겠다고 뛰어나가는 비겁한 선장”이라며 몰아붙였다. 개혁보수신당은 살인죄가 인정된 이준석 선장이며, 새누리당은 세월호 희생자라는 비유다. 탈당 의원들 비난을 위해 아직 미수습자가 남은 참사를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고, 개혁보수신당 장제원 대변인도 “도 넘은 막말”이라고 발끈했다.
진보진영 야권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탈당 후 ‘제3지대론’을 펴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해 정계 은퇴를 요구해 논란의 중심에 섰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개헌 전략 보고서’도 파문을 일으키면서 야권 내 위태로운 말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당을 옮긴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지사를 향해 “문재인의 한명회”라며 “정계은퇴 요구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하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문재인 사당, 추미애 대표는 문재인의 아바타”라고 공격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국민의당 표현을 빌리자면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친박을 향해 “할복” “악성종양” 등 독설을 퍼부으며 탈당을 종용하자,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인 위원장이 “김정은식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거짓말쟁이 성직자” “폭군”이라며 되레 당을 떠나라고 맞받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급작스런 대선 국면 등 정계 혼란과 지지자 결속 의도, 한집살이하던 인연에서 나오는 배신감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치의 금도를 넘었을 뿐 아니라 시민정치의식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