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정부, 안일한 대응 우려

입력 2017-01-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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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을 설득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과 양다영 전문연구원은 4일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기존 지정 요건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올해 하반기 이후로 계속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경제 우선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하고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당장 올해 상반기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미국이 올해 상반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에 간접적인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 대응하면서 미·중 갈등이 고조돼 한국이 ‘새우 등’ 신세가 되면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 타격, 금융 불안 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시장에서 참여가 제한되고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로 중국과 경합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은 수출 반사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정부가 미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인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는 내고 있지만 환율 조작과 관련해서는 미국도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인천신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정 요건을 살펴보면 이에 충족하지 않다는 게 당연하다”며 “일각에서는 중국을 노리다가 우리를 같이 넣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미국으로부터 셰일가스 수입을 좀 늘리든가 해서 대미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고, 상대방을 잘 설득해 나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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