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본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선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라는 위기 상황이지만, 미래 투자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인수ㆍ합병(M&A)과 성장동력 확보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한다는 기본 전략을 수립하고, 현재 구체적인 규모와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최소 6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들 4사는 작년 영업이익 합산이 7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정유 4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5조6862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의 영업이익(4조7321억 원)을 이미 돌파했다. 4분기에도 원유 재고이익 증가 등으로 SK이노베이션이 최대 9000억 원, GS칼텍스 5000억∼6000억 원, 에쓰오일 4500억 원, 현대오일뱅크 2800억∼29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분야 등에 최대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투자 금액이 8000억 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무려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만큼 국내외 유력 기업과의 M&A를 집중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업계서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향후 성장 동력 사업 중 하나로 꼽고 있는 배터리 사업도 확장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5~6호기 2개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합작(JV)을 통해 투자에 주로 나서왔던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 설비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오는 2018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입해 고도화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에쓰오일은 오는 2018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와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를 건설 중이다. 차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로 금액은 무려 4조8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에쓰오일이 투자에 나선 금액은 약 1조 원가량으로 올해 에쓰오일이 추가로 집행하게 될 자금 규모는 3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정유사들은 양호한 실적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투자 여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정유사들이 비정유 사업 강화를 통한 미래 성장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투자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