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송수근(55)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특검에 출석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관에 임명한 지 엿새 만이다.
송 차관은 이날 오후 1시 52분께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제가 일단 조사를 받으러 왔으니까 여기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숨기거나 아니면 더하거나 빼거나 이런 것 없이 사실대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선(51) 문체부 장관에게 조사받는다고 보고했을텐데 조 장관이 아무 말 없었는지', '기조실장 때 만든 보조사업 알리미 사이트는 왜 만든건지', '건전콘텐츠TF는 무슨 이유로 만들어진 곳이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황급히 조사실로 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송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특검은 송 차관을 상대로 2014년께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경위와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송 차관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당시 보조사업 알리미 사이트를 만들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예산 지원을 제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박근혜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좌파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을 관리하기 위해 '건전콘텐츠TF'를 만든 의혹도 받고 있다.
최대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로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뒤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블랙리스트 전달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문화연대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지난달 12일 김 전 실장과 블랙리스트 작성 당시 정무수석을 지낸 조 장관 등 9명을 특검에 고발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 차관을 지난달 30일 차관에 임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송 차관은 앞서 특검 조사를 받은 정관주(53) 전 차관의 후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