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통합에서 분열로...유로존 15년

입력 2017-01-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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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은 유로존 출범 15주년의 뜻깊은 날이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도 별다른 행사 없이 이날이 지나갔다는 것은 유로화가, 그리고 유로존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커져만 간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다름 아니다.

2002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12개국에서 공동 법정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한 유로화는 마르크나 프랑 리라 등 기존 화폐를 대체하며 유럽 경제통합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002년 유로화당 0.9038달러로 출발한 유로화는 2003년에 1.0달러를 돌파한 뒤 미국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에는 1.5708달러까지 치솟았다. 유럽 대륙 3억 명의 결제수단이 되었으며 세계 준비통화의 27%를 차지하였다.

유로화 위상에 금이 간 것은 남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부터로, 북유럽과 남유럽 국가 간 경제력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통화를 사용함으로써 야기된 문제가 누적되기 시작한다. 결국 유로존은 재정위기 이후 채무국에 대한 부채 탕감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양적완화 프로그램 등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로화의 위상도 현재 유로화당 1.0436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유로화 가치가 달러와 같아지는 소위 ‘패리티’를 다시 목전에 두는 실정이 되었다.

최근 국제 금융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동등한 국가들의 자발적인 연합체’로 출발한 유로존은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하였다. 즉, 유로존의 회원국들은 더 이상 자발적인 연합체 관계도 아니고, 동등한 관계도 아닌 관계로 전락하였음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유로존 통합에 따라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는 독일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독일이 유로존 출범을 통해 “유럽의 헤게모니를 쥐었지만 성공적인 패권국이 되려면 자국 이해관계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지키지 못하였다”고 지적한 후, 미국이 2차 세계대전 후 막대한 돈을 푸는 마셜플랜을 통해 EU의 발전을 이끈 것과는 대조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자국의 돈을 푸는 것을 거부하고 채무국들의 긴축 재정을 강요하는 긴축 프로그램을 도입했음을 비판하였다.

이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타 유럽 재무장관들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가 더 무너지면 안 된다고 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 유권자들을 의식해 “모든 국가는 자국 금융회사를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선언하였으며, 바로 이것이 EU 분열의 시작이었다고 소로스 회장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 유로존의 경제 상황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조금씩 호전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디플레이션을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실업률도 여전히 높지만 조금씩 호전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ECB는 2012년 이후 도입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올해 4월부터 매월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규모를 200억 유로 축소한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하였다.

그러나 좀 더 깊게 살펴보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유로존에서의 경기지표 호전은 독일에서의 경제지표 호전에 기인한 것일 뿐 경제력이 약한 기타 국가들, 예컨대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사이프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경기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의 때이른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2009년 이후 이들 국가가 정부 발행 국채들의 차환 발행에 문제를 겪으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였듯이, 결국 또 다른 유로존 재정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출범 15년이 되는 유로존은 그들이 원하던 완전 통합과는 반대로, 그 거리가 더욱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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