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산업계, 트럼프 ‘도요타 협박’에 당혹...日재무상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입력 2017-01-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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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에 日도 가세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 간판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일제히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중국에만 쏠렸던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인 언행이 일본으로도 향하면서 미·중 간 고조됐던 긴장감이 일본으로도 비화하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오전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건설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거나 높은 관세를 지불하라”고 협박한 것과 관련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내 얘기이므로 코멘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요타가 미국에서 만들고 있는 차량이 어느 정도인지 미국 새 대통령 머릿속에 들어있는지 의문”이라고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국무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 대통령 취임 전이므로 예단해서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도요타 자체는 미국에서도 좋은 기업 시민임을 유의해 오늘까지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본인도 기업인으로 해외에서도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을까”라고 지적하며 “대통령 취임 후 어떤 정책을 내세울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도 기자 회견에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협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실적과 앞으로 미국에서 어떤 사업이든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 폭넓게 이해를 얻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도요타가 멕시코 바자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미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기업에도 ‘미국 유턴’을 종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도요타는 2015년 4월, 약 10억 달러를 투입해 멕시코 과나후아토 주(州)에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11월 14일 첫 삽을 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기업을 넘어 해외 기업의 투자 계획에까지 딴지를 건 것은 도요타가 처음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포드자동차를 비롯해 여러 자국 기업에 대한 공장 해외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 고관세를 물리겠다며 협박해왔다. 결국 그간 뜻을 굽히지 않았던 포드는 전날 멕시코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트럼프는 포드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도 정조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미국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도요타를 시작으로 미국 밖에 생산 기지를 둔 글로벌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고 이미 생산에 돌입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예의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도요타를 정조준하자 혼다는 “아직 멕시코 생산을 재검토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도요타는 트럼프의 ‘트위터 협박’과 관련해 자사의 미국 내 실적을 조목조목 들이댔다. 도요타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219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13만6000명을 고용, 대리점도 1500개나 된다고 강조했다.

도요타는 2015년 글로벌 생산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130만여 대를 미국에서 생산했다. 켄터키와 인디애나, 텍사스 등 10개 공장에서 중형차 캠리와 소형차 코롤라, 픽업트럭 툰드라 등을 생산하고있다. 도요타는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한다 해도 미국에서의 생산량과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도요타의 멕시코 생산 규모는 작은 편에 속한다. 작년 생산 대수는 10만 대 가량에 머물렀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또다른 자동차 업체인 닛산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에 대해 “다양한 변화가 있겠지만, 어쨌든 정상화할 것”이라며 계획 수정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이 멕시코 자동차 생산에 압력을 가하면 닛산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7’에 참석한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람·물건·돈·정보는 가급적 제한없이 자유로운 형태로 유통시킬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각국의 지도자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 차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불투명해 현재로선 구체적 대응책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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