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기의 인간경영]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입력 2017-01-10 10:35 수정 2017-01-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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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개발연구원 회장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 특히 우리 한국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세월호, 메르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인공지능, 조류독감 등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동물이나 인간의 생명을 집단적으로 살해 혹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류독감이 불길처럼 번지면서 수천만을 헤아리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 동물들이 살처분됐다. 축산 농가는 경제적 타격을 넘어 정신적 공황으로 빠져들었다. 또, 병아리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 흔한 달걀이 식탁에서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치킨집과 제빵산업 등도 큰 피해를 입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도 사회·문화적 독감으로 경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첨단 과학, 기술을 대표하는 인공지능이 일으키고 있는 변혁의 충격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두뇌 자본인 지식을 단시일 내에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만물의 영장으로 으스대는 인간의 지위를 기계의 하위자로 전락시키고 있어서다. 1960년대에 70%를 기록했던 농업생산 인구가 지금은 6% 이하로 주저앉은 것처럼, 현재 제조업 고용 인력도 20~30년 안에 1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이 실감되는 상황이다.

생각해보라. 지금까지 마음껏 누려왔던 직업의 기회를 90% 이상 잃게 되는 실업의 상황을. 생각만 해도 공포에 질린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결과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니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실업문제를 초월하고도 남는다. 이런 대변혁을 ‘문명사적 대전환’이라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우리가 늘상 말하는 국가적 위기와 사뭇 다르다. 우선 오는 20일이면 세계정치사의 이단자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스러운 등장과 함께 4스트롱(four strong)시대가 열리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 미국의 새 대통령 트럼프가 구성한 4강 체제가 바로 4스트롱 시대다. 100년 전 구한말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 소, 중, 일이 벌였던 국제정치 게임이 21세기 한반도에 재현되고 있다.

여기에 핵실험을 지속하면서 핵 보유 국가를 선언하고 한국과 함께 미국, 일본까지 협박하고 있는 김정은이 이끄는 괴물 왕조 북한이 버티고 있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등장과 함께 미중 관계가 전쟁을 연상케 할 만큼 악화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지만 수출경제국으로 해외 의존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한국 경제가 문명사적 대전환 시대와 함께 악화에 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외교안보 환경의 격변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지 우려스럽다.

여기에 양극화로 인한 갈등과 분열, 1300조 원에 달하는 과도한 채무경제가 안고 있는 내수 침체현상 등은 경제사회적 위기를 낳고 있다. 민낯이 드러난 한국 경제·사회의 위기적 상황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촛불시민혁명이 함의하는 바는 발가벗고 추한 모습으로 떨고 있는 임금님 신세로 전락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또는 하야의 의미 그 이상이다. 문명사적 대전환을 5000만 국민에게, 특히 오늘의 한국을 이끌어온 지도층 사회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누적 인원 1000만 명을 넘기고도 인내력과 질서의식으로 무장한 촛불시민혁명이 보여준 정치·문화적 수준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롭게 기록된 ‘명예혁명’이다. 이는 이미 전 세계적 언론들로부터 평가받고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인간이고, 문제를 푸는 것도 인간이다.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는 특혜만 누리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은 한국사회의 상류층,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는 대한민국 특권층의 민낯을 질타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상층은 있지만 상류사회가 없고, 고위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특혜만 챙기는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날마다 터지는 상류층의 그릇된 행태에 국민은 분노하고 그들 스스로는 치욕을 남기고 있다. 그들은 제가 잘나서 제 능력이 있어서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피땀과 눈물의 대가일 뿐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예가 고위 정치인(국회의원)이며 관료, 법조인, 군장성, 교육자, 언론인, 성직자 등이다.

지난 5일 인간개발연구원이 개최한 포럼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이뤄졌다. 이날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2000년 이후 우리 사회 상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들의 △무(無)역사성 △무도덕성 △무희생성 △무융합성 △무후속성 등 5가지 무(無)를 지적했다. 총론적 시각에서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 또는 상류층은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비인격적이며, 표현력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우리가 직면한 문명사적 대전환 시대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있어서 상류층, 즉 지도층의 각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인위적 재난에 가까운 국가적 위기를 새로운 사회 건설의 기회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탄핵 정국 이후 맞게 되는 대선에서 구국 차원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선거권자인 국민의 자각과 결심이 절실하다. 좋은 지도자가 좋은 나라를 세운다는 신념으로 지난날의 관행을 극복하고 새로운 자세로 결단해야 한다.

끝으로 2017년 대선에 나서겠다는 정치인들을 똑바로 알아보는 방법으로, 공자의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시대를 살아오며 참사람을 알아보는 지혜를 터득, 성인의 경지에 올랐던 공자는 그 시대를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험하기가 산천보다 심하고, 그것을 알기란 하늘보다 어렵다. 하늘에는 그래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과, 아침, 저녁의 구별이 있지만 사람은 꾸미는 얼굴과 깊은 감정 때문에 알기가 어렵다. 외모는 진실한 듯하면서도 마음은 교활한 사람이 있고, 겉은 원만한 듯하면서도 속은 강직한 사람이 있고, 겉은 건실한 듯하면서도 속은 나태한 사람이 있으며, 겉은 너그러운 듯하면서도 속은 조급한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군자(지도자)적 자질을 갖춘 인재를 채용할 때 다음의 9가지를 실천해 보라고 권한다. △먼 곳에 심부름을 시켜 그 충성스러움을 확인하라. △가까이 두고 살면서 그 공경심을 보라. △번거롭고 힘든 일을 시켜 그 재능과 능력을 보라. △뜻밖의 질문을 던져 그 지혜를 보라. △급한 약속을 하고 그 신용력을 보라. △재물을 맡겨 그 사용하는 마음을 통해 그 어짐을 보라. △위급한 일을 알려 그 건재를 보라. △술에 취하게 하여 그 절도를 보라. △남녀를 함께 있게 하여 이성에 대한 자세를 살펴라.

필자는 지도자가 어려운 인사 문제에 성공하려면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근거로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인간을 깊이 믿고 △인간을 믿고 맡겨야 한다는 인간신회의 철학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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