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사건을 밝힐 핵심 증거로 꼽히는 ‘안종범 수첩’을 두고 검찰과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61) 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다”며 자신이 직접 작성한 업무수첩의 증거 채택에 반대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최 씨 측도 가세해 증거 채택에 반대했다.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68ㆍ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수첩을 통째로 내놨는데 공소사실 관련성을 설명하지 않으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본인이 직접 자필로 쓴 수첩을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검찰에서 수차례 조사받는 동안 ‘대통령 지시사항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며 “조서도 한 자 한 자 꼼꼼히 열람해 2시간이 걸렸다”고 항의했다. 지난달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실시한 청문회에서도 안 전 수석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안 전 수석 측 주장에 대통령이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은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이 법정과 탄핵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막겠다는 의도”라며 “조직적인, 법정에서 인정될 수 없는 주장의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검찰이 막연한 추측을 듣고 변호인들이 마치 사전에 연락해 탄핵을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증거채택을 결정하는 것처럼 말한다”며 항의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대기업에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총 774억 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롯데 측에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