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 씨 소유의 태블릿PC 실물을 공개하고, 정상적인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재감정은 필요없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최 씨가 이 기기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 받은 주요 상대방은 데이비드윤,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이다. 윤 씨는 최 씨의 독일 정착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 씨는 이 기기를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블릿에 담긴 이메일은 총 100여 건이다. 최 씨 모녀의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 설립 과정과 함께 삼성의 지원금 수수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다. 특검 관계자는 "코레스포츠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서 독일에서 사용되는 내역, (이를테면) 부동산을 매입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세금이 나간 경위가 이메일에 자세히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장 씨로부터 핵심증거인 태블릿PC와 함께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삼성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 씨는 보안에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수시로 기기를 바꾼 것으로 보이지만, 각각의 기기를 제대로 처분하지 않아 덜미를 잡혔다. 이번 기기 역시 최 씨가 이사를 가면서 장 씨에게 챙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갤럭시탭 기종의 잠금 방식인 패턴 또한 모든 기기에서 'L'자로 통일해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볼 수 있는 상태였다.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한 사실은 이번 태블릿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검은 전날 정호성(48) 전 청와대 비서관을 불러 '2015년 10월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말씀자료 중간수정본'의 작성 경위를 추궁했다. 정 전 비서관은 회의 전날인 12일 최 씨에게 말씀자료 초안을 보내줬다고 시인했다. 유난히 수정사항이 많아 특별히 그날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최 씨가 고친 내용에는 국정교과서 편집 방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역사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은 12일 오전 9시 30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이 부회장의 조사 내용에 따라 다른 삼성 관계자들의 신병 처리를 일괄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이 부회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 요청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열린 청문회에서 '대통령과의 독대 때 삼성물산 합병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을 위증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