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경련, 삼성 합병 등 기업 약점 파악”…안종범에 보고

입력 2017-01-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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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언론 대응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ㆍSK 등 당시 대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뇌물’로 의심받을 가능성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11일 열린 최순실(60)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전경련 측이 작성한 ‘재단 관련 언론 제기 의혹 및 주요 내용 요약'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경련 측은 지난해 9월부터 언론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보도를 쏟아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아 만든 뒤 이를 직접 보고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이 제시한 보고서를 보면, 언론 대응방안과 함께 전경련 측이 분석한 기업들의 약점도 함께 적혀 있다. 특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낸 게 아니라는 의혹에 대해서 당시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르재단에 125억 원 상당의 거액을 낸 삼성의 경우 ‘계열사 합병문제를 해결하고 난 직후’라고 적혀있다. 이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을 의미한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 사면 받은 직후, 최재원 부회장 사면을 바라는 상태’로, 롯데는 ‘경영권 분쟁 한창, 면세점 재승인 시점’이라고 기재돼있다.

보고서는 또 ‘두산은 박용성 전 회장이, CJ는 이재현 회장이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는 ‘자원외교 등 비리 수사’,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복권 기대’, KT는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건’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전경련 스스로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보고서”라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또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 관련 의혹에 대해 ‘동일한 팀에서 초안을 작성해 포맷이 같을 수밖에 없다’며 대응방안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업목표 등이 유사하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돈을 모았다’, ‘이사진 구성도 전경련이나 기업 출신 無’라고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가 기획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개최시간ㆍ장소가 같고 회의안건도 일치’, ‘회의내용 중 행동묘사까지 동일’이라고 적혀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대기업에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총 774억 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롯데 측에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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