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계 멈추나” 당혹한 삼성… 초유의 리더십 공백 사태 우려

입력 2017-01-12 10:35 수정 2017-01-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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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출석… M&A·신사업 추진 등 올스톱 위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국민들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의혹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국민들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의혹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삼성의 ‘경영시계(視界)’가 또 멈췄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첫 피의자 조사에 나서면서 그룹 내 불안감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9일 그룹 내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을 소환한 특검은 관계자 일괄 사법처리까지 거론,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오전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9년 전 삼성특검에 피의자로 소환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됐던 경영권 부당 승계 관련 4건의 고소ㆍ고발 건은 모두 무혐의로 종료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한 위기감은 9년 전보다 훨씬 크다는 게 삼성 내부의 판단이다. 당초 특검 소환은 예상했지만, 참고인이 아닌 ‘뇌물공여 피의자’라는 신분으로 불려가는 만큼, 최악의 경우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이후, 2년 8개월 만의 가장 큰 위기다.

◇삼성 리더십, 집단 공백 위기… 현안 올스톱 =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 소환 조사 후 삼성 관계자를 일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만일 현실화되면 그룹 총수와 수뇌진의 동시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재편이나 지주사 전환, 인수ㆍ합병(M&A) 등 시급한 현안 처리가 사실상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올해를 ‘뉴삼성’의 원년으로 삼으려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스타트업이란 기치도 올렸다. 지주사 전환 검토라는 로드맵까지 발표한 참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특검의 피의자 신분 소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일상적인 경영 활동도 멈춰선다. 더불어 세계 일류기업이라는 삼성의 대외적 이미지 추락은 물론, 영업마케팅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삼성은 스마트폰 부활, 반도체 투자, 신사업인 전장과 인공지능까지 챙겨야 할 현안이 수북이 쌓여 있는 만큼, 그 충격파는 삼성을 넘어 국가 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유고 사태가 오면 모든 업무에 크고 작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래전략실도 없애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앞날은 더욱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뇌물공여 피의자 소환에 미전실 ‘패닉’ =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밝히자 ‘패닉’에 빠졌다. 앞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터라, 이 부회장을 곧바로 피의자로 부를 것으론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강압에 의해 돈을 뺏긴 피해자인 삼성 총수 격인 이 부회장을 피의자로 공개하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특검의 뇌물죄라는 프레임에 맞서 이 부회장이 직접 연관됐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정공법으로 맞설 태세다. 뇌물죄 피의자가 아니라,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하게 소명하겠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청와대 요구에 따라 이뤄진 정유라 승마 지원 등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경제적 공동체’로 봐야 하는데 법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면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승마 지원과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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