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사회 전 분야에 ‘개혁’칼날 = 18대 대선에서 범야권 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전 대표는 당시 내놨던 공약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제시하며 대선주자들 중 가장 빠른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포럼의 기조연설 형식을 빌려 세 차례 공약을 발표했다. 사회 전 분야의 적폐 청산을 위해 개혁, 즉 ‘국가대청소’를 하고 새 시대를 열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이달 10일 발표한 재벌개혁안으로, 그는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재벌 개혁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재벌경제를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지배구조 개선, 중대 경제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규제 등을 위한 제도 개선책을 제시했다.
앞서 6일 내놓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지난 공약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적폐가 늘었다는 인식에서다. 먼저 그는 청와대와 관련해선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고, 대통령 24시간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권은 경찰로 넘기고, 국가정보원의 경우 국내 정보수집 업무 및 수사기능을 없애 한국형 CIA(미국 중앙정보국)처럼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문 전 대표는 외교안보 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색깔론’, ‘종북몰이’를 ‘4대 안보적폐’ 중 하나로 꼽고 “군대를 피하는 사람들이 종북이고, 국민을 편 갈라서 분열시키는 가짜 보수세력이 종북이다. 특전사 출신인 저보고 종북이라는 사람들이 진짜 종북”이라고 했다. 자신을 향한 보수진영의 ‘색깔론’ 공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또 그는 이 자리에서 ‘강한 안보’를 위해 국방력의 강화를 통한 북한의 도발 억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위해 당선 후엔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기문, 대통합 메시지 행보 = 문 전 대표의 정책 행보와 달리, 대선을 준비할 틈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반 전 총장은 일단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귀국 후 그의 첫 일성은 국민화합, 국가통합으로 이는 지난 연말부터 일관되게 그가 던진 화두다.
그는 또한 국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려 ‘소통’하는 대선주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소통하면서 화합을 이뤄내는 지도자’가 시대적 요구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대목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12일 오후 5시 30분 한국 땅을 밟는 반 전 총장의 향후 일정도 모두 이러한 메시지 전달과 이미지 구축을 위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 전 총장 측 이대운 대변인은 11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첫 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은 서민과 취약계층, 청년층 등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 하고 국민 의견을 많이 듣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의전은 줄여 지방도 놀라울 정도로 단촐하게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을 고민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 원칙에 따라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튿날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함께 파병 장병들의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진보진영에서는 금기시 되어온 이·박 전 대통령 묘역을 김 전 대통령 묘역과 잇달아 찾아 ‘사회통합’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진도 팽목항,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 역시 방문할 예정이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 전 총장의 정치적 선택은 설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측은 “지금은 전혀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며 “설날 때까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