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1890.9.15~1976.1.12.). 그녀의 작품은 20억 부 이상 판매돼 기네스 세계 기록에도 올라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독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추리소설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스토리와 달리, 그녀의 작품은 간명한 스토리와 평범한 일상을 바탕으로 그려진다.
“작은 마을에는 많은 악이 숨어 있다”고 주장하며 “내가 전에 정원사였던 키팅 씨의 조카 이야기를 해줬니?” 하는 식으로 잡담하듯 사건을 풀어가는 그녀의 소설은 범인이 우리 이웃임을 암시한다. 그런 이웃들의 내면에 도사린 살인 충동이 우연한 계기로 폭발하는 것을 세밀한 심리 묘사로 추리해가는 재능은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모든 추리소설은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트릭은 동시대 모든 반전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안이하게 끝을 맺는 순간, 글을 읽는 독자들은 미쳐버릴 것이다”라는 그녀의 말대로 크리스티는 반칙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인상적인 반전을 만든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그런 반전의 백미다. 크리스티는 소설의 화자인 셰퍼드 박사, 말하자면 셜록 홈스의 모험을 기록한 왓슨 박사와 같은 위치에 있는 그를 범인으로 만든다. 추리소설의 금기를 깨는 충격적 반전이었다. 그래서 사망 40년을 넘었는데도 그녀의 트릭은 매력적이다.
영국 남서부 데번주 토키에서 태어난 그녀는 소설에 ‘die(죽다)’, ‘grave(엄청난)’, ‘grief(슬픔)’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die’ 뒤에 ‘grave’를 썼는데 이는 명사로 ‘무덤’을 의미한다. ‘grief’도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을 상징하니 모두 죽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이 바로 문장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