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자회견서 언론과 충돌...취임 후 ‘미디어 때리기’ 예고편

입력 2017-01-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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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언론과 제대로 충돌했다. 일각에선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 후 미디어 때리기의 예고편을 방불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 자택이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작년 11월 8일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기자회견 대신 트위터 등으로 일방적 소통을 해왔던터라 이날 기자회견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는 대선전에서 익히 보여줬던 언론에 대한 적대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고수, 대통령 취임 후 언론과의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대선에 해킹으로 개입한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가 대선 해킹의 배후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이같이 명확히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한 약점을 러시아에 잡혔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발끈했다. 이 가운데는 트럼프가 모스크바에서 성매매를 했고, 그 자료를 러시아가 갖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는 러시아가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한 외설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보당국이 이를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 가짜 뉴스다”라면서 “나의 반대자들이, 역겨운 사람들이 가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경쟁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비판으로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기자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둘러싼 보도에 대해 질문했지만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반복했다.

물론 기자회견 초반에는 예의를 지켰다. 그는 ‘러시아가 사생활에 불리한 정보를 쥐고 있다’는 미국 CNN 등의 보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매우 감사한다”고 했다. 한동안 비판의 화살을 쏘았던 뉴욕타임스(NYT) 등 미디어에 대해서는, 자신에 불리한 정보를 러시아가 입수했다는 미확인 정보를 담은 문서라며 의구심을 가진 보도 자세를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거짓 정보 유출을 허용한 정보기관을 수치스럽다고 비판하고, 나치 독일이나 할 법한 일, 했을 것 같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CNN방송 소속 백악관 담당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CNN 기자가 반복해서 질문을 요구하자 그는 기자를 가리키며 “조용히 있으라”고 명령하고, “질문을 받지 않겠다. 당신 조직은 끔찍하다. 당신(보도)도 가짜 뉴스다”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한 사실 확인 없이 트럼프에 불리한 보도를 했다며 뉴스 사이트 버즈피드에 대해서도 “되먹지 않은 쓰레기 더미”라고 공격했다.

앞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대선 당시 사이버 공격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하고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단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러 미국 언론 보도에서 러시아가 트럼프의 불명예스러운 개인 재무적 정보를 갖고 있다는 의혹도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날 행동은 언론계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사안에 대한 설명이나 대응에 대한 기대를 갖는 건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는 이날 회견에서 질문을 하고자 손을 드는 취재진은 아랑곳없이, 약 1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는 현장을 떠났다. 한 기자는 “그는 들을 준비가 안돼 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한 인터넷 언론사 편집자는 “세계가 주목한 회견치고 형편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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