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의 기록… 진실이 떠오를 날을 기다리며

입력 2017-01-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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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잊어서도 안될 ‘세월호, 그날의 기록’…단원고 아이들 시선으로 ‘엄마. 나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 그리고 2017년 1월 9일. 세월호 참사가 10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가 진도 앞 차가운 바다에 누워 있고, 많은 국민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진실을 밝히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책을 꾸준히 출간하며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가장 화제가 된 책은 재단법인 ‘진실의 힘’의 세월호 기록팀이 쓴 ‘세월호, 그날의 기록’이다. 이 책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10개월 동안 방대한 기록과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물을 담았다. 2014년 4월 15일 저녁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항한 순간부터 다음날 오전 8시49분~10시30분 세월호가 침몰할 때까지 101분간 세월호 안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생하게 재현했다. 배가 급격히 기울어졌을 때 조타실 상황과 승객들의 모습,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주한 선원들의 대화, 해경 경비정에 옮겨 탄 선원과 해경의 대화 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세월호 참사를 시민의 눈으로 기록한 이 책은 ‘왜 세월호 안의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나’, ‘배는 왜 침몰했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 ‘자동위치식별장치(AIS)와 국정원’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주제들도 들여다봤다.

“곳곳에서 꺽꺽거리는 여학생들의 비명 섞인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설 모 학생은 자신이 빠져나온 비상구를 돌아봤다. 스무 명이 넘는 여학생들은 서로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한 학생은 진정하지 못하고 우는 친구를 끌어안았다. 누군가 울먹이며 말했다. ‘나만 나왔어!’”

세월호 참사는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 기억을 이처럼 기록으로 남긴 것은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에 대한 진실을 찾고자 함일 것이다.

반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풀어낸 책 ‘신자유주의와 세월호 이후 가야 할 나라’는 세월호 참사를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낳은 참극으로 규정한 정치사회 연구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뼈아픈 성찰과 비판을 딛고 진정으로 사람 귀한 사회를 만들어 갈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들은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고 이후 최대의 해난 참사인 세월호 참사의 전개 과정을 분석하면서, 시민 생명과 생활의 위기를 담보로 독점자본과 가진 자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한 신자유주의로 황폐화된 대한민국 사회 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았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은 사건 자체의 직접적인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선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대참사를 발생시킨 역사적 체계와 사회구조적 모순까지 파고들어야만 ‘그 이후’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동안 커다란 사건ㆍ사고를 거치면서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처’로 비난 받아 왔다.

이 책은 이 같은 비극이 더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인간 중심의 가치 기준,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민 주체의 민주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엄마. 나야.’와 ‘사월의 편지’는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엄마. 나야.’는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를 모았다. 총 34명의 시인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생일에 맞춰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회상 속 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토대로 그들의 목소리를 시라는 형식을 빌려 담아냈다.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갈 때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 해서 미안.”

또 다른 책 ‘사월의 편지’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 정지아 양이 직접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책을 좋아하던 정지아 양은 그동안 많은 편지와 시와 소설 습작노트를 남긴 채 어머니의 곁을 떠났고, 놀이하듯 편지를 주고받은 아이를 기억하며 어머니 지영희 씨가 책으로 펴냈다. 정지아 양이 남긴 글에는 책을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가 살다간 짧은 인생이, 그렇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17년 1월 9일, 세월호 참사 1000일째 되는 날. 서울 광화문에는 수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진실은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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