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1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보스포럼이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선거 승리 등 정치적 대격변 속에 흔들리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은 사실상 미국 트럼프 대통령 탄생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와 포퓰리즘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다보스에 모인 글로벌 대표들이 생각하는 ‘책임 있는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만큼 이는 다보스포럼의 근본적 취지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자신들이 타파하려는 ‘세계화’를 다보스 포럼이 상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내정자는 “‘다보스당’은 보통 사람과 민족국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근본 없는 글로벌 엘리트 집단”이라고 격하했다.
FT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포퓰리즘은 국제무역과 투자를 선한 것으로 간주하는 다보스의 핵심 전제에 대한 공격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모든 이슬람 교도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다보스포럼이 올해 ‘다문화에 대한 열렬한 대화’를 핵심과제로 꼽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트럼프는 기후변화 개념이 미국 산업을 무너뜨리려는 음모의 일부로 중국인에 의해 고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보스포럼은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로 가득차 있다. 20일 거행되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식 선서는 트럼프와 다보스포럼의 대조적인 모습을 극명하게 비추는 상징이라고 FT는 전했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트럼프는 물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주요국 정상이 대부분 불참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하는 시진핑의 독무대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FT는 신임 미국 대통령의 부재 속에 시진핑이 국제 경제 시스템의 ‘책임 있고 소통하는 지도자’로서 다보스포럼에서 자리매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 측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인 지난해 5월부터 다보스포럼 참석을 준비했다. 당시 시 주석은 힐러리 클린턴의 미국 대선 승리를 예상하고 그에 앞서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승리로 시 주석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FT는 전했다. 시 주석은 17일 개막식 연설을 활용해 자유무역에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슈에서 최근 수년간 이뤄진 진전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자신의 지위를 격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의 선딩리 미국학 교수는 “미국은 쇠퇴하고 중국은 부상하고 있다”며 “중국은 국제 체제를 방어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체제 하에서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