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드 부지’ 탓 中 추가 보복 가능성에 진땀

롯데그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에 대한 국방부와의 계약을 앞두고 속을 끓고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 관광산업과 화장품 수입 불허 등 보복성 규제에 나선 가운데 롯데가 사드 부지를 직접 제공하면 롯데의 중국 관련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16일 재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를 소유한 롯데상사는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와 성주골프장의 교환 계약을 승인할 이사회 개최 날짜조차 이날까지 잡지 못하고 있다.

롯데와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성주골프장의 대가로 남양주 군용지를 받는 교환에 합의하고 연말까지 성주골프장과 군용지의 감정평가 작업을 마쳤다. 이에 올해 설 이전에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사드 부지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일정이 애초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와 관련 일정이 잡힌 게 없는데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이어서 미국·중국 등과의 관계를 살펴야 하고, 현재 탄핵 정국까지 겹쳐 설 전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연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 가능성을 고려하면 가능한 계약이 늦춰질수록 롯데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제 지난해 9월 롯데 성주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결정되고서 11월 29일부터 중국 당국은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모든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공식적으로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는 중국의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회를 열어 롯데가 성주골프장과 군용지 교환 계약까지 승인, 사드 부지를 사실상 돌이킬 수 없이 확정하면 중국의 보복 수위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롯데 안팎의 우려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2016년 1분기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8%에 이른다. 예를 들어 매출 100만 원 가운데 71만 원이 모두 중국인 지갑에서 나오는 셈이다. 거기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톈진(天津), 선양(瀋陽), 웨이하이(威海), 청두(成都) 등 각 지역(성·省) 중심도시에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또 롯데자산개발 등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2015년 중국 경기 하락 등을 반영해 영업권 가치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3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볼 정도로 중국 사업에서 이미 상당 부분 실패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규제까지 더해지면 재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