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집단 계열사 10곳 중 2곳이 자본잠식이 진행됐거나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기 대선 가능성 등 정치권 지각변동에 따른 재계 정책 변화를 앞두고 대기업들이 부실계열사를 신속하게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모두 27곳으로 이들 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는 1128곳이다.
이 중 직전 사업 연도 기준으로 자본잠식이 시작된 회사는 295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10곳 중 2곳 이상이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들 부실 계열사 중 43곳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향후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별로 보면 부실화가 진행된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의 현재 계열사는 94개다. 이 중 30개의 계열사가 자본잠식 상태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도 6개에 이르는 등 구조조정 대상 계열사가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도 2015년 말 회계 연도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중인 계열사만 7개에 이른다.
이는 대기업들이 신종 사업 확대보다는 기존 업종에 대한 외형 확장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를 함께 편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한진해운 사태 등 해운업과 조선업 불황으로 관련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의 부실화가 급격히 이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3개월간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11곳이 다른 계열사에 흡수합병되거나 해산 결정이 내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