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대기업들…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 ‘정조준’

입력 2017-01-16 09:58 수정 2017-01-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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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삼성 세운 적 있나요?”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국회 청문회장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도로 설립한 ‘e삼성’ 등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집중 추궁했다. E-삼성인터내셔널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적자 누적 등으로 2012년 해산 결정이 내려지면서 현재 존재하지 않는 회사다. 그러나 신속하게 회사를 정리하지 못하면서 해산 4년이 지난 뒤에도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주홍글씨처럼 남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 효성은 모기업을 통해 막대한 유상증자와 자금 지원을 해오던 두미종합개발을 흡수ㆍ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효성의 자회사인 효성엔지니어링도 모기업에 흡수ㆍ합병됐다. 이들 두기업은 모두 자본잠식으로 모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겨우 존속을 하던 계열사였다. 특히 두미종합개발은 당초 오너가에서 직접 지분을 투자하고 설립한 계열사로 부실이 커지면서 효성이 떠안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두미종합개발은 적자 누적 등으로 납입자본금 400억 원까지 모두 까먹었다. 또 순손실 누적으로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5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입된 돈을 감안하면 사실상 10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셈이다. 향후 오너가의 경영능력에 생채기를 남겨줄 수 있는 부실계열사라는 딱지를 남긴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27개사다.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는 1128곳이다. 이 중 295곳은 직전 사업 연도 기준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이 중 45곳은 연속 적자와 완전자본잠식으로 회생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신속하게 정리를 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대기업집단 부실 계열사 7곳이 모기업 또는 그룹 내 계열사로 흡수ㆍ합병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해산 결정이 내려진 계열사도 4곳에 이른다. 자본잠식은 재무제표 계정에서 적자 누적 등으로 자본총액이 납입자본금을 밑도는 상태를 말한다. 자본잠식 비율이 80% 이상일 경우 사실상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본다.

이는 대기업집단 경영진들이 부실계열사에 대한 대내외적인 부담요소가 커져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가 주력 계열사의 부담을 주고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 등으로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계열사에 지원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OCI그룹의 경우 20억 원이 넘는 자본금을 투입한 이테크인프라가 모기업의 지속적인 지원에도 존속 가치가 불투명해지면서 9000만 원에 제3자에게 매각하기도 했다.

특히 조기 대선 등 대기업 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면서 부실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또는 구조조정이 늦어질 경우 향후 그룹 경영 자체에까지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대기업집단 부실 계열사 중 설립과 편입과정이 문어발식 외형 확장과 오너가의 사적이익 추구 등에 기인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실 계열사를 신속하게 정리하지 않을 경우 향후 정치권에 스스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해서라도 부실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계열사가 우선 정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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