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애플이 팀 쿡 체제로 전환되면서 애플 사내 내부갈등은 현저히 줄었다. 그만큼 조직원들끼리의 충돌이나 마찰이 없고, 회사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차분해졌다. 하지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차분해짐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애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밥 버로우는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휴대폰의 혁신을 몰고 온 아이폰의 발명은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체제에 있던 혼란(카오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잡스 시대의 애플은 조직적인 면에서‘거친 서부지역(wild west)’ 분위기였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엔지니어로 애플에서 일했던 2007년 당시를 회상하며 “내 위에 관리자가 있었지만, 애플에 입사하고 첫 2년간은 매니저와 상관없이 나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서 “조직이 회사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분위기는 ‘그것은 내 일이 아니다’와는 완전 반대의 분위기였으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무슨 문제든 해결하려고 나는 여기에 있다’는 분위기였다. 나의 역할, 나의 직위, 내가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지를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애플은 그야말로 야생이었고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제품에 반영됐기 때문에 매우 보람됐다”고 말했다. 애플 출신인 버로우는 현재 ‘빌트 잇(Bilt it)’이라는 3D 프린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버로우는 오늘날 애플의 역동성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애플에서 조직원들은 팀을 이뤄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계층적인 책임과 의무를 가지며 이를 벗어난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2011년 CEO직에 오른 쿡은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일궜다. 애플의 연간 매출은 2011년 1082억 달러에서 2016년 2157억 달러로 2배 넘게 불었다. 그 사이 쿡 CEO는 잡스 시대의 주역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교체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쿡은 일부 임원진과 충돌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쿡 CEO는 자신의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와 애플TV, 동영상과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분야에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과거보다 혁신 속도가 둔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워치와 같은 신제품을 내놓아도 여전히 애플의 전체 매출의 대부분은 아이폰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쿡 CEO 체제에서 내놓은 신제품들이 애플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이야기다. 한 기업가는 팀 쿡의 리더십을 빌 게이츠가 일군 마이크로소프트(MS)를 넘겨받은 스티브 발머 전 CEO에 비유했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상징이었던 MS는 발머 체제에서 모바일, 검색엔진, 소셜미디어와 클라우드 등 분야에서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에 주도권을 놓쳤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모든 애플 직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 엔지니어였던 토니 파델은 “애플에는 경쟁이 없었다”면서 “우리는 최고의 해결책을 함께 찾았다. 잡스는 우리에게 모든 가능성을 테스트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 년간 맥(Mac) 사업부에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