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였던 삼성, 일단 안도… “재판에서 진실 규명될 것”

입력 2017-01-19 10:50 수정 2017-01-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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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오면서 종이백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오면서 종이백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6시 15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를 나와 미리 준비한 차량을 올라탔다. 전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치소에 인치된 지 약 15시간 만이었다. ‘구속’이냐 ‘귀가’냐의 갈림길에 서 있던 이재용 부회장은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귀사’를 선택했다.

오전 6시 40분쯤 삼성미래전략실이 있는 서울 서초사옥에 도착해 곧바로 주요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향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될 전망임에 따라 장기전 태세를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삼성이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되면서 향후 경영 리더십을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도 함께 구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서초사옥에서 밤새 대기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미래전략실 임직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 2인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7명의 팀장 등 수뇌부는 서초사옥에서 철야로 대기했고, 10여 명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기하는 서울구치소 주변에서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직후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국내 경영계도 이번 이 부회장 영장 기각을 반기는 분위기다. 경영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권 입맛에 따라 기업을 줄 세우고, 책임은 떠넘기는 문화가 근절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불구속 결정은 법원이 사실 관계를 신중히 살펴 법리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모쪼록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기업 타깃 수사를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다른 경제단체 한 임원 역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오해가 명확히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정치적 강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삼성은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더라도 여전히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뇌물이나 횡령죄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며 “앞으로 수사와 재판에서 뇌물과 횡령 등 주된 혐의를 벗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면한 만큼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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