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시의 ‘최순실’

입력 2017-01-19 10:31 수정 2017-01-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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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정책사회부 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우리 회사에도 최순실이 산다’ 등 국민의 머릿속엔 온통 최순실인 것 같다. 비선이든 아니든 권력·지위를 악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일을 펼치는 모든 이들이 바로 ‘최순실’과 같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소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또 다른 유형의 최순실 논란에 직면했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작년 말 서울시 공무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행정포털 게시판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참모들을 ‘최순실’이라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박 시장이 신뢰하는 측근이 ‘최순실’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박 시장이 측근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공무원들과의 소통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 잘못된 시정에 대해 시장에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 시의 현 상황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비교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박 시장이 직접 “저 자신과 주위를 살펴보는 계기로 삼겠다”는 글을 올렸지만, 해당 글은 삭제되기 전까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란이 됐다.

새해 들어서도 박 시장의 참모들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박 시장이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연일 바쁜 행보를 이어가면서, 시정에는 뒷전이란 지적이다. 박 시장이 최근 잇따라 2020년을 목표로 한 서울시 중장기정책을 발표했지만, 중장기 계획에 포함된 예산안의 현실 타당성이 떨어지고 산하 구청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박 시장이 자신의 지지층이 탄탄한 지역을 위주로 정책 사업을 추진해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아울러 중장기 정책을 이런 방식으로 내놓는 건 대권과 시장 3선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가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인 국무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뒤 퇴장하며 정치선동의 장을 만든 이후 참모들 사이에서는 ‘시원한 한 방’이었다고 박수를 쳤다고 한다.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보다 지지율이 하락해 공격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참모의 판단이 있었다는 게 뒷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민과 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시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통과 협치, 시민만을 바라보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박 시장의 초심이 그립다.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자극적인 언행과 과도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서울시에도 ‘최순실’이 산다는 의구심이 점차 확신으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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