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19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존 부양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CB는 이날 ‘제로(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마이너스(-) 0.40%와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오는 4월부터 12월까지 월 600억 유로(약 75조3900억 원)로 지금보다 200억 유로 축소한다는 지난달 결정도 재확인했다.
드라기 총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부 지역에서 물가가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납득할만한 인플레이션 기조는 없다”며 “최근 물가가 급격히 치솟는 것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물가 상승에 ECB에 좀 더 긴축적인 행보를 요구하고 있다. ECB와 드라기는 독일의 요구를 일축하며 통화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독일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7%로 ECB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이에 현지에서는 ECB가 초저금리 기조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상승률은 1.1%로 여전히 ECB의 목표치에 비하면 낮지만 최근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현재 대부분 에너지 가격에 의해 좌우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억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독일은 ECB의 통화정책이 창출한 더 좋은 경제상황으로부터 혜택을 얻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유로존에서 45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는데 여기에는 독일 수출기업도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낮은 금리는 미래 금리인상에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유로존의 회복이 독일 시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의 긴축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 총선에서 4선을 노리는 가운데 시장은 독일 경제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DiBa 이코노미스트는 “독일로부터의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현지 물가는 올여름까지 계속 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비판이 ECB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 언론들이 ECB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지만 ECB 내부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